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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거도산업
거도(巨道)는 말 그대로 ‘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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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10-25 조회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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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溫故知新)’ 거도산업

 

거도산업 김창욱(66) 대표. 동네 이웃집 아저씨같이 수더분하다.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그는 속에 무서운 열정을 품고 있는 건삶인이다. 옛것에서 배운 것들을 새롭게 변모시키며 기업가의 삶을 화려하게 꽃피웠다.

김 대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주의자다. 옛 것을 익히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걸 오늘날의 신지식, 신기술로 변환시켜야 한다. 모방에서 창조가 나오는 이치가 바로 이것이다. ‘온고지신논어에 나오는 말이라는 것쯤을 누구나 알 것이다. 논어에는 온고지신을 받쳐주는 불세출의 명언이 담겨 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다. 배워서 깊이 생각해야 창조의 과정이 일어난다는 거다. 옳거니.

온고지신은 인류 역사가 진전해온 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둘이 어우러지지 않고 제각기 놀면 문제가 발생한다. 온고가 없는 지신은 공허하고, 지신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온고는 답답하니까

김 대표는 좀 특이한 건삶인이다. 16년 간의 경찰 생활을 거쳐 전문건설업에 뛰어든 게 그렇다. 어려서부터 그는 발명에 관심이 많았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그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라면을 외상으로 사서 부셔먹고는 그 맛에 반해 국내 굴지의 라면업체에 편지를 보냈다. 라면을 과자로 만들면 아이 간식으로 좋고 어른들 술안주로도 그만일 거라고. 과자를 만들 때 라면 굵기를 더하고 색과 맛을 감미하면 인기를 끌 거라는 편지에 대기업체가 직접 라면과자를 만들어 그에게 한 박스를 보내왔더란다. 바로 그 유명했던 라면땅이었다. 중학생 때는 기존 장난감에 바람개비를 붙여 전통시장과 동네 가게에 팔았다고. 그러니 소질이 다분했던 거다. 교통경찰관 시절이었던 1989년 그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과속방지턱을 발명했다. 김 대표는 내심 자신만만했다. 직무제안 심사에서 입상과 일계급 특진은 떼논 당상이라 여겼다. 하지만 결과는 탈락. “서울에서 심사를 하다 보니 지방 차별은 당연했습니다.” 분노한 동료 경찰관들이 나서 그를 지원했다. 특허를 냈고, 의장권을 획득한 뒤 사업까지 나섰지만 5년간의 성적은 참담한 실패였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자금과 마케팅이 받쳐주지 못하니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장고 끝에 그는 일생일대의 결론을 내렸다. 경찰복을 벗고 사업에 본격 나서기로 말이다.

1994년 전문건설 면허가 나오던 해 그는 경찰을 그만두고 중고 1t트럭을 타고 영업과 현장 일에 나섰다. “3년 내 공장을 짓겠다고 목표를 정했고 매진한 결과 기적처럼 97년 김해공장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9억 원에 달하는 은행 빚도 5년 만에 갚았고요.”

공장을 짓던 해 외환위기가 덮쳐 큰 위기를 맞았다. 은행 이자가 무려 3배까지 뛰는 바람에 김 대표는 적금을 해약하고, 이자만 갚아나가는 생존 위주의 전략으로 맞섰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충분하기에 얼마든지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다행히 차선과 표지판, 신호등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어렵사리 위기를 헤쳐나갔고, 효자상품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과거 직무제안에서 물먹었던과속방지턱이 상품화되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던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 제품은 전국의 아파트 단지와 백화점 주차장 등지에 필수품이 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다.


김창욱 대표와 직원들


새천년 들어 그는 발명력을 발휘해 히트 2을 터뜨린다. ‘롤링배리어라 불리는 방호벽이 그것이다. 도로 커브지점에서 차량이 충돌하면 롤러가 회전하면서 생명과 차체를 보호하는 장치가 롤링배리어’. 시속 100km의 속도의 승용차 충돌 시험에 합격하자 주문이 밀려들어 현재 전국 400여 군데에 설치되어 있다. 미국과 독일, 말레이시아 영국 일본 프랑스 등 6개국에서 국제특허를 받았고, 말레이시아에는 이미 수출까지 한 상태.

만덕1터널에서 온천장으로 내려가는 커브길이 있는데 사고다발지역이었어요. 그런데 롤링배리어를 설치한 뒤 큰 사고가 사라졌고, 번영로 터널들도 설치 이후 사망 사고가 단 한 건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 얼마나 보람있는 일입니까.”

김 대표가 어떻게 롤링배리어를 발명하게 됐을까. 놀라지 마시라. 그는 책상위에 놓아뒀던 주판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주판알을 보며 충격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생각한 거죠. 옛날 골동품인 주판에서 혁신적인 신상품을 만들어냈으니 이게 바로 온고지신아니고 뭐겠습니까? 하하하.”

그는 발명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 정의했다. 있던 것을 훨씬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얘기다. 맞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생각해보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나오면서 뉴턴의 중력 법칙은 틀린 것이 됐나?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뉴턴의 원리를 보다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확대 보완했다. 바로 이게 유에서 유를 창조한 게 아니고 뭔가. 그래서 김 대표는 어디를 가든지 옛것을 유심히 관찰한다. 우리가 눈여겨 배워야 할 장점이 아닌가 한다.


임직원들과 제품에 대한 협의


취재 뒷 얘기 하나

현재 거도산업에는 모두 22명이 근무한다. 3명의 인력이던 초창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 모범 기업임에 틀림 없다. 직원 중 50대 이상이 40%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이 15년 이상 장기근속자들. “차선 도장과 표지판, 롤링배리어와 과속방지턱 제작에 숙달된 경험이 필요하니까 연령이 높은 게 당연하지요. 연봉 3천만~4천만 원대이고, 4명은 5천만 원을 넘으니 임금 수준이 상당하다.

취재 뒷 얘기 둘

이 업체의 이름 거도(巨道)는 말 그대로 큰 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업무분야와 적확하게 일치한다. 그러니 외우기 쉽고 업체 선정때도 매우 유리하다고 한다. “작명소를 찾아갔더니 이름을 지어주길래 구멍가게인데 너무 거창하다고 했더니 조금 있으면 커질 것이니 걱정말라고 합디다.” 거도라는 이름 하나로 연상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순 최원열 기자 choiwonye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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