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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강서 들녘이 우리를 부른다
칼럼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09-25 조회 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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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강서 들녘이 우리를 부른다-

 

대지를 펄펄 달구던 살인적인 폭염이 어느덧 물러나고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바다로 향했던 시선도 산과 들로 돌려지는 때다. 가을의 풍요를 마음껏 즐길 보물들을 잔뜩 안고 있는 곳으로 말이다. 인생 2막을 설계하기에 여념이 없는 이 땅의 장노년층에게 심신을 달랠 멋진 장소가 없을까. 추석 황금 연휴에 꽃밭 천국이 펼쳐진 가을 들녘을 노닐어 보는 것은 어떨지. 힐링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힌트. 부산에 있고 지하철로 연결된다. 들녘에 펼쳐진 드넓은 꽃밭은 환상적이다. 봄에는 온통 노랑으로 물든 유채꽃들이,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찾는 이들을 유혹한다. 강에서 불어오는 소슬바람을 쐬는 재미도 쏠쏠하다. 낙동강 건너 강서의 대저생태공원을 떠올렸다면 딩동댕. 이제 그곳으로 출발해보자.

  

강서 들녘


수영과 대저를 연결하는 도시철도 3호선은 매력이 넘치는 도시철도 구간이다. 구포역을 지나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기분이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하다. 강 건너편 강서지역은 완전히 딴 세상으로 변한다. 우중충한 회색 빛깔과 건물로 뒤덮인 고압적인 분위기가 일순간 사라지고 광활한 들판이 펼쳐지면서 낮음의 미학이 지배하는 세계로 들어선다. 지하철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봄과 가을 정경은 화사하기 그지없다. 온통 노랑칠한 대저 생태공원은 매력 그 자체다. 물론 가을에는 울긋불긋 꽃대궐이룬 가을의 전령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가 시민들을 맞는다.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강서체육공원을 둘러본 후 수로길을 따라 대저생태공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강서구청역을 지나면 체육공원역. 이 역은 주변에 강서체육공원을 제외하면 건물이나 시설이 거의 없다. 따라서 하루 평균 이용객이 2000명에 못 미칠 정도로 매우 적다.

체육공원역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 없었다면 생길 수 없었다. 당시 강서체육공원에서 하키와 펜싱, 배드민턴 경기가 열렸었다. 부산은 그 때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남북이 하나된 아시안게임, 만경봉호를 타고 온 미모의 북한 응원단이 원 코리아를 외쳤던 그 아름다운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강서체육공원은 현재 4000여 석의 체육관을 비롯해 양궁, 하키, 배드민턴, 테니스, 수영장과 헬스시설, 천연잔디구장 2면 등을 갖춘 종합체육시설이다. 이용 요금이 비싸지 않은데다 청소년과 노인에게는 50% 감면 혜택을 준다. 체육공원 옆에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도 방문할 수 있다. 1층 로비만 개방되고 둘러볼 거리가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쉽다.

 이제 대저생태공원으로 발길을 돌리자. 사람들은 대개 강서구청역에서 내려 찻길을 건너서 간다. 하지만 훨씬 정취가 넘치고 아늑한 길이 있다. 체육공원 역에서 연결되는 수로길을 걷는 것이다. 농지 관개를 위한 수로 양 옆으로 난 일직선 길에 봄에는 화사한 벚꽃들이 도열해 따뜻하게 사람들을 맞는다. 수로에는 부레 옥잠 등 수생식물들이 가득하고 들판은 넉넉하다. 길섶에 심어진 코스모스와 무궁화가 가을에는 뺨에 연지곤지를 찍은 듯 예쁜 자태를 뽐낼 터이다. 시멘트 포장길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30여 분 느릿느릿 걸으며 느림의 미학과 낮음의 덕을 닦아보자. 몽상에 젖어도 좋다. 걸으면서 세상을 향해 마음을 터놓아 보라. 니체가 그랬다. “나는 손만 가지고 쓰는 것이 아니다. 내 발도 항상 한몫을 하고 싶어한다. 때로는 들판을 건너, 때로는 종이 위에서.” 혹시 모른다. 수로길을 걸으면서 갑자기 멋진 인생 후반기 아이디어가 떠오를지. 걷다보면 신덕마을 경로당이 나오고, 길을 건너면 대저 생태공원으로 연결된다.

부산시민에게 낙동강 둔치는 엄청난 축복이다. 20133월 낙동강 본류 5개 둔치 생태공원이 개장했다. 을숙도, 화명, 대저, 삼락, 맥도 중 대저생태공원은 전년 5월 개장식과 함께 제1회 낙동강 유채꽃 축제가 열렸다. 이후 이 축제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검색어 분석을 통한 전국 봄꽃 나들이 명소에서 이곳 대저생태공원 낙동강 유채꽃 축제는 항상 톱10에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다.

축구장 23개 크기에 달하는 유채꽃 단지는 꽃의 지평선이요, 수평선인 ()평선을 이루기에 충분하다. 온통 노랑으로 물든 유채꽃밭을 걸으며 싱그러운 강바람을 쐬는 기분은 한마디로 날아갈 듯하다. 관리를 맡고 있는 부산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봄의 유채꽃축제가 유명하지만 가을에도 명품 가을 풍광이 연출된다고 자랑했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를 대량으로 심어 유채꽃 단지 못지 않은 장관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저 생태공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심신 힐링에 더 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

유채꽃 축제가 열릴 때면 한적하던 대저생태공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한 결혼식 이벤트에다 포토존, 테라피존과 귀여운 조형물들은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쁜 바람개비 길을 걸으며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여보자. 보드라운 삼각주 충적토에서 충만한 영양분을 빨아들여 잉태된 유채꽃들이 저마다 내뿜는 천연의 향기가 깊고도 멀리 퍼져나간다. 낙동강으로부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흙과 향기와 노랑과 어우러져 일체가 된다. 나들이객들이 노랑물결의 황홀감에 취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갔던 부부들이라면 유채꽃 추억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택시를 대절해 사진 찍으러 관광지를 돌아다니던 시절, 유채꽃은 신혼여행의 상징화였다. 사진첩을 펼쳐보면 모두들 유채꽃밭에 파묻혀 포옹하거나 마주보는 판박이 포즈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유채꽃은 화장분 같은 냄새 속에 매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파 마늘 부추와 함께 훈채, 즉 매운 채소로 불렸다. 그러면 이들 훈채의 공통점이 뭘까. 스님들이 밥상에서 멀리했다면? 답은 정력식품. 동의보감에 이렇게 나와 있다. ‘유채를 장복하면 양기가 왕성해져서 음욕이 일어난다’.

여하튼 부산의 대표적 시인 이해인 수녀는 유채꽃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읊었다. ‘산 가까이 바다 가까이/ 어디라도 좋아요 착하게 필 거예요하늘과 친해지니 사람 더욱 어여쁘고 바람과 친해지니 삶이 더욱 기쁘네요/ 수수한 행복 찾고 싶으면 유채꽃밭으로 오세요’.

봄의 여신유채꽃밭 대신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 들녘을 한없이 거닐었다면 다리의 피로를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 대저생태공원은 나들이객들이 쉴만한 곳이 충분하다. 바로 옆에 아늑한 대나무 숲이 있다. 15분 정도 걸리는 길지 않은 길이지만 너비 2m 정도의 친근한 휴먼 스케일이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이 호기심을 일으킨다. 걸을 때 나는 자글자글’,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의 사라락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곳곳에 한가로이 자리를 깔고 데이트하는 연인들, 가족단위로 나와 텐트를 치고 즐기는 모습들이 정겹다. 대나무숲은 앞으로 계속 조성된다. 행복의 숲과 희망의 숲, 화합, 생명의 숲이 대저생태공원에 들어서면 노랑에 이어 초록 물결이 일 것이다.

대나무숲에 이어 낙동강변 30리 벚꽃길이 펼쳐진다. 이로써 꽃밭 단지에서 대나무숲, 그리고 벚꽃길까지 ‘3종 세트가 두루 갖춰졌다. 이 중 한 가지만 해도 나들이객들이 몰릴 판인데 무려 3가지 자연 선물이 한꺼번에 주어지니 행복 그 자체가 아닌가. 벚꽃길은 공원 구포대교 밑에서 출발해 김해공항 입구와 서부산유통단지, 맥도생태공원을 거쳐 명지회센터 입구까지 이어진다. 걸으면 70, 자전거로는 17분 정도 걸린다. 단언컨대 이처럼 멋진 길은 흔치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벚꽃터널을 노니는 맛이 참으로 상쾌하다. 가을이라 하더라도 그 맛은 여전하다. 비록 싱그러운 봄의 향기와 초속 25cm의 속도로 머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꽃잎의 간지러움을 느낄지는 못할지라도. 곳곳에 시비와 노래비가 있다. 대저생태공원 구간에서는 금수현 노래비를 볼 수 있다. 드넓게 펼쳐진 유채꽃밭을 내려다보며 가곡 그네를 감상하는 사치를 누려보자. 출발점에 있는 이란 글이 가슴을 파고든다. ‘사는 건 한 줄기 강물/ 한데 섞여 흐르는 일’.

잊어선 안 될 유용한 팁 한가지. 매년 봄 낙동강 유채꽃 축제 기간 중 낙동강 생태탐방선(에코호) 특별코스가 운행된다. 을숙도~대저생태공원 구간을 하루 두 차례 오가며, 그 사이에 대저~화명 구간도 운행한다. 에코호 내에 낙동강 전경과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포토존도 설치되니 소중한 추억을 만드시길.


이순 최원열 기자 choiwonye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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