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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아지랑이 같은 설날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8-02-11 조회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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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아지랑이 같은 설날

 

일월에는 결심이 난무한다.

해야할 일들과 이루어야 할 일들에 대한 푸른 계획들로 매순간 다짐과 각오로 결의에 찬 시간들이다.  출발은 순조로왔으나 덜컥 B형 독감에 걸리면서 가지런한 일상은 헝클어지고 

찬란했던 계획들도 다 미뤄지고 빛을 잃고 말았다

어영부영 2, 설날이 코 앞이다이것저것 해내야 할 일들로 마음만 바쁘다

그런 와중에도 문득 엄마가 그립고 유년의 기억들이 봄아지랑이 같이 피어 오른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동요를 목청 높여 부르며 괜히 엄마 주변을 기웃거린다

이번 설빔은 무엇인지 기대를 잔뜩 하면서...

내가 입고 싶은 것은 색동저고리 이쁜 한복인데 단 며칠 밖에 입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고 

평상복으로 새 옷을 장만하면 오래 입을 수도 있고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도 할 수 있는데 엄마가 두가지를 다는 해줄 수 없으니 한가지로 결정하란다

깊은 고민 끝에 분홍색 체크무늬 코트를 사는 거로 합의를 했지만 여전히 색동저고리에 대한 갈망을 버리지 못한 채 볼이 퉁퉁 부어 초저녁부터 자기 시작했다

그믐날 밤에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정말로 내 눈썹이 하얗게 변해버린 것이 아닌가

나는 눈물바다, 어른들은 웃음 한바탕이었는데 알고 보니 3살 터울인 개구쟁이 이종사촌 

오빠가 밀가루를 내 눈썹에 발라 놓은 것이었다. 당시에는 너무 분하고 미웠지만 지금은 다 그리운 추억이다

서럽게 울어대는 내 앞으로  엄마가 빙그레 웃으시며 색동저고리를 내미신다.

,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 괜히 민망하고 좋으면서 엄마 치맛자락에 숨는다.


 


명절 음식을 할 때는 콩나물을 다듬거나 빠진 품목들을 집 앞 슈퍼에 가서 사오는 심부름 

정도가 내 몫이었는데 나는 엄마가 하는 전을 부쳐보고 싶었다

기름이 튀어 다치거나 바쁜데 음식을 망치거나 하면 도리어 번거롭기 때문에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런데 고등학생이 되니까 엄마가 한번 해보란다

쇠고기를 잘라서 밑간을 하고 우엉과 김치, 맛살, 대파를 가지런하게 끼워 밀가루를 입히고

달걀물에 담가 후라이팬에 구워내면 되었다.  그동안 어깨너머로 본 세월이 얼만데 자신만만 했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허둥대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태우기도 한다

슬쩍 눈치를 보니 예상했다는 듯 엄마가 차분히 요령을 알려 주신다. 훨씬 수월하니 첫번째 전부치기를 완수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엄마가 더 그립다.

업어주던 그 따스함이 그립고, 숨을 수 있던 치맛자락이 그립고,

더불어 행복했던 나의 유년이 그립다.

환갑을 넘긴 올해 설날은 엄마 생각과 유년의 기억들로 봄 아지랑이다.


이순, 최원열 leesoon10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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