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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죽기 전에 통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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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2-12 조회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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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죽기 전에 통일될까?

서현과 현송월이 함께 노래한 '통일'


 2018년 2월11일 저녁,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평창 동계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남으로 내려온 북한 예술단의 두 번째 공연이 극장을 가득 메운 1550여 관객의 열띤 호응 속에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공연 피날레에 소녀시대 서현이 하얀 원피스와 하이힐 차림으로 깜짝 등장했다. 서현은 롱드레스를 입은 북한 여성중창단과 함께 ‘통일’을 노래했다.


 서현에 앞서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먼저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 단장은 “강릉에서 목감기가 걸려 상태가 안 좋지만 그래도 단장인 제 체면을 봐서 다른 가수들보다 조금 더 크게 박수를 부탁드린다”고 말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유도한 뒤 북한 노래 <백두와 한나>를 불렀다. 이 노래 1절의 원 가사는 '한나산(한라산)도 제주도 내 조국입니다'이지만 '한나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로 북한 예술단이 자발적으로 개사했고, 마지막은 “통일, 통일이어라!”로 끝을 맺었다.



            소녀시대 서현(왼쪽 다섯번째)과 현송월(왼쪽 두 번째) 단장이 여성중창단원들과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고 있다./사진 MBC 화면 캡처



 서현과 현송월이 중창단원들과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를 때는 많은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했다. 마지막 곡은 <다시 만납시다>. 역시 출연진과 함께하며 마지막 공연의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공연이 실황으로 중계되진 않았지만, 공연 직후 여러 방송을 통해 공연 장면들이 속속 소개됐다. 일부 매체들은 이들이 부른 남한 가요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예술단은 이선희의 'J에게'를 여성 2중창으로 왁스의 '여정'을 이중창과 독창으로 비중 있게 연주했다. 그 외 남한 노래 10곡은 '노래련곡'(메들리)으로 묶어 연주됐다. 심수봉의 '남자는 배 녀자는 항구', 패티김의 '리별',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거야', 나훈아의 '사랑',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송대관의 '해뜰 날', 설운도의 '다함께 차차차', 윤형주의 '어제 내린 비', 서유석의 '홀로아리랑' 등의 순이었다고 한다.


 베이비부머인 기자는 이날 부산 서면의 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며 이 장면들을 보고 있었다. 술자리의 화제는 자연스레 ‘통일’로 귀결됐다. 처음에는 예술단의 선곡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부터 안주(?) 삼았다. 선곡이 우리 젊은 세대가 잘 모르는 1970-80년대 노래, 이른바 ‘7080’ 위주였다는 점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7080세대 핵심이 베이비부머 아닌가. 이어 평창올림픽의 남북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 김여정의 방문 등도 소주잔에 녹아들었다. 취기가 거나해지면서 ‘우리가 죽기 전에 통일을 볼 수 있을까’를 두고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그럴 수 있다’는 낙관론과 ‘택도 없다’는 비관론이 부딪히며 빈 술병에 가속을 더해갔다. 양 측이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를 대며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면서 반대쪽의 의견을 반박, 분위기가 험악해지기까지 했다. 통일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를 두고 취기까지 오른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무슨 결론을 낼 수 있었겠는가. 결국은 한 녀석의 “얌마들아, 요 있는 우리끼리도 통일 몬하믄서 무슨 남북통일! 때리 치아라”는 말에 자리를 파하고 일어섰다.


 귀가길 지하철 안에서도 경로석의 두 신사가 비슷한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어디 이뿐이랴! 전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을 것이고, 모르긴 해도 올해 설 때 가족 친지간의 최대 화두가 ‘통일’과 ‘다시 만날 때’이리라.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남북단일팀이 입장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평창올림픽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많은 국민들의 눈이 평창으로 쏠리고 있다. 그러면서 혹자는 평창올림픽을 이용해 대북제재를 풀어보려는 김정은의 꼼수에 우리 정부가 놀아나고 있으며 올림픽이 끝나면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남북관계에 봄바람이 불고 있으니 지금까지의 극단적인 대치국면에 해빙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정치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창올림픽은 남북한의 공동입장 등으로 불과 한 달여 전까지 전쟁위험까지 걱정해야 했던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일거에 불식시키며 ‘평화 올림픽’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의 총리격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박3일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5, 4 차례 공식 만남을 가졌다. 김여정은 자신을 김정은의 ‘특사’라고 직접 소개했다.


 옛말에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온다’고 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슬에 꽁꽁 묶여 한반도의 하늘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남북 최고위급 만남이 이어지면서 살짝 걷히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서로 자리에 앉지도 않으면서 상대방을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첫 단추는 끼워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한반도 운전석’에 앉은 만큼 보다 큰 틀의 대화를 풀어나가며 남북관계에 단비가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운외창천(雲外蒼天)이라고 했던가. 어두운 먹구름 위에는 맑고 푸른 하늘이 있는 법이다. 이제 이 먹구름을 온전히 걷어내고 우리 국민들에게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오롯이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설사 베이비부머인 기자가 그토록 바라던 통일이 인간수명 120세(기자에겐 60년 뒤의 일이다) 시대까지 오지 않더라도 크게 아쉬워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죽기 전에 남북의 인적 물적 교류가 시작돼 철도가 이어지면 부산서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넘어 프랑스를 지나 스페인 최남단의 지브롤터 해협 끝에서 지중해와 대서양이 물 색깔이 어떻게 다른 지는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편도욱 조희제 박모경기자 solrip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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