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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른 모신 적 있나요 - 치매는 가족의 병이자 사회의 병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12-21 조회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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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른 모신 적 있나요


◊◊♠ “치매는 가족의 병이자 사회의 병”
 
 노인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가 ‘자는 잠에 가야할 텐데. 곱게 늙어 편안하게 갈 수 있다면’ 이다. 치매는 각종 조사에서 어르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다. 노인 인구의 11%이상이 치매환자인 것을 볼 때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는 노인들의 이런 염원이 오히려 지당해 보인다. 
 
 필자는 20대 후반부터 10년가량 시부모, 시누이 3명과 함께 대가족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시어머니는 뇌졸중이 약하게 지나간 뒤로 경미하게 인지 장애를 겪고 계셨고, 시아버지는 건강상의 이유로 평생 생업으로 해오시던 가게를 접었다. 남편과 함께 직장생활을 하는 한편으로 아이 셋을 키우고, 공부하던 시누이 3명의 뒷바라지도 했던 시기였다.

지난 일이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느꼈던 사회와의 단절감이나 가족에의 소외감은 잊지 못한다. 이제는 노인들이 하시던 그 말에 숨겨진 뜻을 어느 정도 알만한 나이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자식들에게 폐가 되지 않으면서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간절함 또한 이해하게 되었기에, 100세 시대에 사는 나의, 혹은 우리의 노후가 적어도 치매와 관련해서는 달라지길 바란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시행되면서 지자체마다 치매안심센터를 개설해

가족들의 치매환자 관리 부담이 많이 줄었다.

 

 ◊◊♠치매의 증상
 
시어머니의 치매는 경미한 증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어느 날부터인가 집을 찾아오지 못하고, 집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심해져가는 이런 외형적 증상과 함께 같이 생활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미묘한 부분들이 다가왔다. 감정의 기복으로 인한 뜬금없는 성냄, 오랜 옛 기억의 소환과 이유를 알 수 없는 식탐, 특히 당신의 옛 시어머니와의 고부 갈등과 고뇌를 현재 며느리에게 푸념처럼 전하고 평온하게 잠이 드는 의외의 마무리 등등. 당시에는 치매증상이라고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런 증상을 평생 손수 키워온 아들과 딸은 모두 이해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나를 낳고 키워준 엄마이기에 더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내가 본 지금까지의 엄마는 누구보다 착했고 선량한 사람이라 누구에게 나쁜 소리를 하거나 폐가 되는 행동을 할 리가 없다’고들 생각하기 때문이다. ‘치매를 치유해야할 병’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가족으로서 용납 안 되는 답답한 노화과정으로만 여긴 탓이다.


◊◊♠ 가족의 의미


  18년 전이다. 시어머니 돌아가신 지가. 혈관성 치매였다. 고혈압이 있어 약은 계속 드셨지만 이미 두 번 정도 쓰러진 경력이 있었고, 옷 입는 것도 혼자는 불가능하고, 외출하면 길을 잃기 일쑤였다. 주머니엔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넣고 다녔고, 택시 타고 돌아오는 일이 잦아졌으나, 집 밖으로 못나가게 막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누구든 곁에서 늘 환한 얼굴로 수발을 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듯 했다. 주위에선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치매 어른을 모시는 사람만 ‘나쁜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치매환자 수발은 가족 전체의 공동부담이 되어야 가족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시어머니는 세 번째 쓰러지신 후에는 일어나지를 못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같은 요양시설이 전무했고, 비용 또한 만만찮아 병원에 모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7개월을 중환자실에 계셨고, 그 와중에 또 찾아온 뇌졸중으로 증세가 더욱 심해져 몸은 거의 움직일 수 없고, 모든 기억, 감각마저 상실한 듯 보였다. 그래도 면회 온 아들을 볼 때는 얼굴에 반가움이 비쳤고 감정은 남아있는 듯 했다.


◊◊♠ 가족의 태도

 
환자에게는 가족들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경미한 상태일수록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의논과 대처가 필요하다.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가족이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아들이든 딸이든 돕고 나누어야 한다.


우리 집의 경우 ‘이왕 해야 할 일이라면 하자’라는 개인적 소신도 있고 해서 며느리인 내가 모시는 것을 자청해 가족 갈등을 피하긴 했으나 의논과 협조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직장 다니면 서  8살,4살,3살 세 아이 육아에 시어머니까지 제대로 돌보기는 어려웠다. 당시 남편은 해야 할 공부가 있어 5년간 집을 떠나 있었고, 시누이 3명은 대학생이라 틈틈이 도와준다고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 역시 30대 초반부터 만성 두통과 소위 홧병이라는 심장 두근거림에 시달리던 상태여서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눈에 띄게 흰머리가 늘어났다.


◊◊♠ 가족의 기능


 주위에서 치매환자로 인한 가족 불화를 흔히 본다. 가족이란 경제적 분담은 물론 환자를 돌보는 시간까지도 여건에 맞게  분담하는 것이 옳다.

 요즈음은 요양병원이 동네마다 1, 2개는 있다. 치매 환자를 병원에 모신 경우, 멀리 있는 가족들은 가까이 있는 가족에게 환자 보호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때 간혹 환자를 방문하는 경우 먼저 주 부양자를 만나 경과를 듣고 의논을 하는 것이 좋다. 환자의 말을 먼저 듣게 되면 환자가 주 부양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섭섭했던 감정을 모처럼 찾아온 멀리 있는 가족에게 여과없이 전달하면서 주 부양자와의 갈등과 불화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족 내의 성차별적 역할수행은 없어져야 하고, 가정과 직장은 엄격히 분리돼 환자 보호가 직장 생활을 대신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주 부양자에 대해서는 가족회의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여행 등의 보상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절실하다.


◊◊♠ 예방이 먼저다


세계적으로 현재 최소 1200만 명이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에는 치매 환자의 숫자가 지금의 3배 가까운 360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부적 발병률을 보면 65세 이상 노인 중 11.3%가 치매 증상을 나타내고 있는데 남자가 7.2%, 여자가 15.4%로 여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혈관성 치매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늘 사고하는 등으로 뇌운동을 해야 한다. 뇌 세포는 몸의 다른 세포와는 달리 일단 손상이 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치매 중 10∼15%는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가역성(되돌릴 수 있는) 치매’다. 나머지도 약물치료를 비롯한 적절한 관리로 그 경과를 늦출 수 있다.

치매에 안전지대는 없다. 치매예방에 관계되는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 꾸준한 운동,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 10년 앞의, 혹은 20년 앞의 건강한 나로 살아가는 모습을 바란다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야재 기자
yajaeg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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