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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이야기 ② 노 키즈 존 , 노 펫 존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12-05 조회 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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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이야기 노 키즈 존, 노 펫 존



신출내기 기자가 취재 노하우와 관련해 선배기자들로부터 지겹게(?) 듣게 되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는 이런 것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된다.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다.”


뉴스거리가 되려면 일상적인 팩트(fact), 다반사로 일어나는 팩트가 아니라 새로운 팩트여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참신한 팩트를 물고 오라는 주문이다. 그런 충고를 해주는 선배기자에게 “사람이 개를 무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는데요”라고 곧이곧대로 말대답했다가는 그날로 고생길이 시작된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나 보다. 아니, 바뀐 정도가 아니다. 상전벽해에 가깝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이 뉴스가 된다. 개가 사람을 무는 일이 잦다보니 소송까지 발생한다. 


법원이 지난달 말 공개한 관련 판결 2건을 보자. 
사례 1 : 지난해 7월 경기 구리시 모 마트의 60대 직원 A씨는 고객 B씨의 집으로 배달을 갔다가 애완견에게 새끼손가락을 물렸다. A씨는 병원에서 5일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은 뒤 B씨를 찾아가 치료비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경찰에 고소했다. B씨는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된 뒤 재판에 넘겨져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사례 2 : 2014년 50대 여성 C씨는 경기 고양시 백화점의 미용실에 평소처럼 애완견을 데려갔다. 백화점과 미용실 입구에 '애완동물 출입을 삼가 달라'는 안내판이 있었지만 C씨는 애완견을 손가방에 넣고 들어갔다. C씨가 미용 서비스를 받는 중 미용실 여직원 D씨는 손가방 밖으로 머리와 앞발을 내놓은 애완견을 발견했다. D씨가 가까이 다가가 애완견 이름을 부른 순간 애완견이 D씨의 코끝을 물었다. D씨는 C씨를 상대로 치료비와 위자료 등 300만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치료비 27만 원과 위자료 250만 원 등 총 277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려동물 소유자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반려동물에 안전조치를 했다면 위의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평소에 반려동물이 주인을 무는 경우가 없으니 바깥에서 외부인을 상대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반려동물 출입을 금하는 안내문은 이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진 위는 경주 안압지  입구 안내문.  사진 아래 서울 강남구청 인근 카페의 경우

                                        노 키즈 존, 노 펫 존을 함께 시행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에티켓을 뜻하는 '펫 티켓'의 미비나 부재는 공원 등 공중시설에서의 반려동물의 대소변 처리 문제에서부터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거공간에서의 반려동물 소음 문제, 반려동물이 사람을 무는 사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에 더해 수없이 버려지는 유기견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사회학자 W. F. 오그번의 표현을 빌자면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다. 반려동물이라는 물질적 문화는 급격히 팽창했는데 반려동물 에티켓이라는 비물질적 문화가 뒤따라주지 못하는 데서 빚어지는 것이다.  


지난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서울펫산업박람회 2017'은 우리 반려동물 문화의 어정쩡한 현주소를 여과없이 보여준다. 모두 150개 펫 관련 기업들이 전시부스를 마련했는데 정작 반려동물은 한 마리도 구경할 수 없었다. 종합전시관인 코엑스 바로 인근에 반려동물 출입을 금하는 식당을 갖춘 스타필드 코엑스몰, 현대백화점 등이 있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들여올 수 없었다. 박람회에 참가했던 반려동물 애호가들로부터 “주인공인 반려동물 한 마리 없이 무슨 펫 박람회냐”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반면  "반려동물 주인들의 시민의식 수준을 볼 때 반려동물 입장 불허는 잘한 일이다"라며 반려동물 반입 금지 조치를 당연시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싱가포르의 한 패스트푸드점 안내문. 금연 표식보다 애완견 반입금지 표식이 훨씬 크고

                             눈에 잘 띈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문화지체 현상은 다름 아닌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일차적 피해가 돌아간다.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들 때문에 일부 식당이나 카페가 일정 연령 이하 어린아이의 출입을 금하는 ‘노 키즈 존’을 설치하듯 ‘노 펫 존’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흡연자가 자꾸만 설 곳을 잃어가는 것처럼 반려동물 소유주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갈수록 좁아진다.  ‘반려’라는 의미가 퇴색된다.  함께 하지 못하는 반려는 의미가 없다.


반려동물 출입규제는 공원을 비롯한 공공시설이나 식당 카페 쇼핑몰 등 상업적 시설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자체 차원에서의 반려동물 규제 움직임도 나온다. 반려동물 관련 민원이 이제 지자체가 나서야 할 정도로 사회문제화 됐다는 뜻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 30일 내년 시즌에 대비한 해수욕장 협의회를 열었다. 회의 주요 사안의 하나가 자치도내 전 해수욕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해수욕장에 애완동물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반려동물 규제의 경우 해수욕장 유영구역 내에는 애완동물 출입을 금지하고, 백사장에서는 목줄을 착용하고 배변 봉투를 지참한 경우에만 출입할 수 있도록 동물보호법 및 제주도 동물보호조례를 개정하기로 결론 내렸다. 관광이 최대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특별자치도로서는 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반려동물 관련 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부산 수영구청 등 일부 지자체에서 반려동물의 해수욕장

출입 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부산시 또한 최근 열린 2017년 해수욕장 운영평가보고회에서 수영구청이 건의한 '해수욕장 내 반려동물 동반입욕 등 금지' 관련 법률 개정 검토 의뢰를 진행했다. 광안리해수욕장이 있는 수영구청이 해수욕장 개장 기간 중 반려동물의 동반입욕과 모래사장 내 반려동물 배설물 관련 민원이 많았다며 단순 계도 차원이 아닌 법률개정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시에 건의한 것이다. 부산시는 동반입욕 금지는 해수욕장 관리주체인 구와 군의 조례 개정으로 가능하다고 밝혀 앞으로 수영구청이 어떤 조치를 내릴 지가 주목된다.   


이웃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사회가 진전되면서 특히 1인노인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홀로사는 노인들에게는 적적함을 달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홀로노인이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소음 배변 등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일부 아파트단지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입주민 협의를 거쳐 반려동물을 아예 키울 수 없도록 규칙으로 정하기도 했다. 




                            일본의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애완동물 사육 불가 안내문(사진 위). 일본의 도심 공공시설에는

                            반려동물의 발을 씻기는 시설까지 마련해 반려동물로 인한 민원을 최소화하고 있다(사진 아래).


이에 대해 반려동물 소유주나 애호가들의 반발도 만만찮다. 최근 포항지역 강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피소에 반려동물을 데려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쇄도했다. 이 청원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대피소를 마련해달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반려동물 대피소 청원이 열기를 더해가자 급기야 행정안전부가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국민재난안전포털’을 통해 “애완동물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유념하시길 바란다”고 거듭 공지했다. 그러면서도 “지진 발생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친구나 친척에게 비상시 자신과 애완동물이 머물 수 있는지 알아보라”거나 “동물병원 등에 따로 대피소가 마련됐는지 알아볼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대피소 입장이 안 된다는 원칙론만 내세우는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공존시대다. 한쪽에서는 ‘노 펫 존’이 늘어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펫 비즈니스’나 ‘펫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반려동물 전용 공간이 확대된다. 규제와 장려의 이중주를 불협화음이 아니라 화음으로 만들어가는 지혜를 마련해야 할 때다.                         김찬석 기자chan35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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