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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막내딸 받아보아라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11-19 조회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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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막내딸 받아보아라

 

“사랑하는 막내딸 김 송희에게

엄마가 편지를 쓴다. 받아보아라. 학교에서 편지 쓰기 숙제를 해오라고 하는데 누구에게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 . . . ”

문해수업 도중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편지 쓰기를 했다. 마음은 굴뚝 같으나 어렵게들 쓰신 편지 가운데 우리반 어머니가 우수상을 받으셨다. 내가 상 받은거보다 훨씬 좋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몇해 전 내 카카오스토리에 올렸던 내용이다. 2년여 전에 열린 시민터에서 문해교사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문자해득교육”(이하 문해교육)은 지금은 평생교육법에도 명시될 정도로 활성화가 되어졌지만 그 실태는 여전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아무리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 한명도 없는데 얼마나 되려고 했었는데 우리나라 만18세 이상 성인 중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읽고, 쓰기, 셈하기가 불가능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6.4% 약26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한다 . (2014년 통계)

   전공이 국어국문학과이고 중등2급 국어정교사 자격증도 있는 터라 쉽게 문해교사를 해보려 작정했다. 하지만 학력인정기관의 문해교사가 되려면 별도의 교육이 필요했다.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초등학교과정 문해교원양성 연수를 실기 포함 총70시간 받고 이수증을 받았지만 막상 그 기회는 금방 주어지지 않았다. 학력인정기관은 유급교사이고 그 수가 얼마되지 않아 자리가 없어 새학기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막상 새학기가 된다 하더라도 그 학교에서 퇴직한 선생님들이 그 자리를 금방 차지해 버리는 실정이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실습을 했던 열린 시민터를 찾아가 자원봉사로 문해교사를 하겠노라 청을 했다. 마침 다음 학기부터 한시간 비게 되었다며 선뜻 자리를 주신다. 그렇게 어르신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어 매주 목요일마다 2시간씩 문해수업을 진행했다.

  2학년 과정의 수업은 읽기, 쓰기, 셈하기, 시계보기 등의 초등과정으로 진행되는데 5월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편지 쓰기를 하여 시상도 하고 봄야유회도 간다. 미리 선생님들끼리 모여 프로그램도 짜고 좋은날을 골라 가까운 곳으로 야유회를 간다. 청,홍팀으로 나누어 신발 벗어던지기, 오자미 투호, 낱말 맞추기, 둥글게 둥글게 등의 게임을 마치고 초록 그늘에 앉아 맛난 점심식사를 했다. 그리고 고대하던 노래자랑, 우리반 부반장 어머니가 대상을 수상해 내 어깨가 으쓱해졌다. 내 평생에 이렇게 즐거운 날이 없으셨다는 환한 웃음에 또 우리 엄마 십팔번 “한많은 대동가” 노래에서 울컥했다.



  드디어 방학식을 하는날 학기말 평가시험도 보고 방학숙제도 한 보따리 내주고 영화도 보여 드린다. 학기를 시작할 때는 제법 학생이 많았는데 손자를 보거나, 본인이나 배우자가 아프거나 등등의 이유로 중간에 그만 두신 분들이 많다. 방학이 끝났을 때 여전히 왁자지끌한 분위기로 한분도 빠짐없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가을에는 그동안 닦은 실력으로 골목 시화전을 개최하고 가족들을 초청해 작은 잔치를 한다. 우리반 우등생 어머니는 아들, 딸, 며느리가 다 참석해 꽃다발도 안겨드리고 급기야 눈시울을 붉히신다. 나도 덩달아 교실 귀퉁이에서 훌쩍거리다가 우리 예쁜 선생님이란 말에 급 방긋하며 함께 찰칵 사진도 찍어드린다.

   일년동안의 수업을 끝내고 2학년에서 3학년으로 6명이 진급했다 거의 45%가 넘으니 성공적이라 본다. 새학기가 시작되어 일학년에서 올라온 친구들에게 우리 선생님 텔레비전에도 나온다며 자랑하신다(당시 티브로드 프로그램에 출연중). 문득 부끄러원진다. 그절대적인 신뢰에 나의 오만과 부족함이 민망하다. 그리고 감사하고 든든하다. 더불어 찬란해진다.

저마다의 사연이야 다 있겠지만 내가 나눈 작은 베품이 그들에게 큰 기쁨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모두 건강히 잘 계시는지 안부가 궁금하다.


이순 leesoon10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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