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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처럼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11-06 조회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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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턴’ 처럼


51세의 일본 남성이 일본 국가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원서 접수를 거부당했다. 응시 연령요건(17~21세)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다. 2003년의 일이다.


이 남성이 응시한 시험은 일본 국가공무원 제3종이다. 일본의 국가공무원 시험은 모두 3종류이며, 1종은 대학원 졸업자나 대졸 수준, 2종은 대졸 수준, 3종은 고졸 수준을 응시 기준으로 한다. 연령 요건은 종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1종의 경우 22~29세였다.


이 남성은 응시 연령제한이 법위반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도쿄지방법원에 이어 도쿄고등법원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이 이 남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재판의 실익 문제다. 문제가 됐던 공무원 시험이 이미 끝났기 때문에 재판의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본 공무원제도의 특징이다. 일본의 공직사회는 젊은 인재를 하위직에 받아들여 육성하는 방식으로 장기고용으로 연결시킨다. 법원은 고령자를 신규채용하면 60세 정년까지 경력을 쌓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주장한 일본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2006년 인권위는 9급 공무원 채용 응시연령을 만 28세로 제한한 것은 

 차별이라며 시정을 권고했다. 일본은 공직사회 연령제한의 벽이 여전히 높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지만 일본은 여전히 공무원시험에 응시 연령 상한선을 두고 있다. 국가공무원은 30세, 지방공무원은 지자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26~34세다. 야마가타 현처럼 39세로 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듯 40, 50대의 응시는 찾을 수 없다. 2007년 고용대책법 개정에 따라 사기업에 연령제한 금지 의무화 규정을 두었지만 공직은 요지부동이다.


일본정부의 주장이나, 이를 받아들인 재판부의 판단을 우리 시각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재판의 실익이 없다는 사법부의 판단 역시 지나치게 해당 사건에만 매몰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남성이 원서를 제출했던 시험은 지나갔지만 시험은 다음해에도 있다. 또 이 남성과 같은 수많은 지원자들이 응시 연령제한 때문에 시험 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법 적용이 필요했다고 생각된다.

젊은층을 공직에 받아들여 종신고용 체제로 나아간다는 정부의 주장 역시 종신고용의 원조인 일본에서조차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


일본정부가 연령상한제를 고집하는 이면에는 연령차별주의적 인식이 있음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최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2017 민간분야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한 인식조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나라 19개 업종의 각 기업에 종사하는 인사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고령자는 젊은이들만큼 일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 한다”는 항목에 응답자의 51.7%가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각 기업 인사담당자 1000명의 응답이니 특수한 몇몇 고령자의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하기도 곤란하다. 그런데 그렇게 고령자의 업무능력을 과소평가했던 인사담당자의 81%가 “고령노동자가 충분한 노력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을 보면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헷갈린다. 고령자도 자기계발 자기개발하기 나름이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자기계발을 한 고령자는 채용해 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면 지나치게 순진한 사고는 아닌지 모르겠다.


고령자는 업무 능력면에서 때로는 젊은층 보다 나을 수 있다. 실제로 국내외 각종 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동성 지능(도형분별, 도형구성)은 청년기 이후 쇠퇴하지만 결정성 지능(언어 사회적 지식)은 고령기에도 유지된다. 또 동작성은 떨어지지만 언어성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발달할 수도 있다.


70세 인턴이 30세 여성ceo를 보좌하는 영화 인턴은 나이 굴레만 

벗어나면 우리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고령자의 자기 개발은 궁극적으로 고령자 본인의 몫이다. 고령자 스스로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교육·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이 따라야 한다. 고령자에 적합한 능력개발프로그램의 발굴이나 기관의 설립이다. 한창 강조되고 있는 평생교육 관련 기관이나 프로그램도 그 하나다.


그런데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능력 개발과는 별개로 고령자 본인의 의식 수준, 또는 사회성의 개발이다. 특히 세대 간 소통노력이다.


이와 관련해 위에서 살펴본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설문 조사 중 고령자에게 훨씬 가슴 뜨끔한 문항이 있다. ‘고령자는 실력보다 나이·직위를 앞세워 일을 처리하려 한다’는 질문이 그것이다. ‘그렇다’(61.9%)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33.4%)는 응답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한국사회에서 기업들이 고령자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어떻게 보면 업무 능력 보다는 조직 내 융합의 문제와도 더 관계가 깊을 것이다. 신규 입사한 고령자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이를 앞세운다면 조직의 융합은 어렵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고령화 채용은 뜨거운 감자다. 경제난으로 인한 청년층 취업대란 시대에 고령자 일자리까지 챙길 여력이 우리 사회에는 없다. 그렇다고 고령자들이 편안하게 연금으로 생활할 처지도 아니다. 공직사회든, 사기업이든 능력이 있다면 연령에 관계없이 재취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면 한다. 영화 인턴에서처럼 말이다.    
 김찬석 기자
chan35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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