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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담 풍(風)’, 내 혀는 괜찮은지 살펴봐야!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10-30 조회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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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담 풍()’, 내 혀부터 괜찮은지 살펴봐야!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훈장님이 한 분 계셨다. 이분은 혀가 조금 짧아 발음이 약간 샜다. 그걸 본인도 아는지는 마을 주민들은 알 수 없었지만, 지식인으로서 학문과 세상의 이치를 가르치고 이끌어 주시는 분이라 모두들 존경하고 받들어 모시는 선생님이요 지도자이셨다.


  어느날 서당에서 학동들을 모아 놓고 글을 가르치는데 ‘바람 풍(風)’자를 가르치게 되었다. 훈장 왈 “다 같이 따라 읽는다, 「바담 풍」!” 그러자 학동들이 “바담 풍!”한다.


  훈장 왈 “어허! ‘바담 풍’이 아니고 ‘바담 풍’ 해야지.” 학동들에게 틀렸다고 다시 읽으라고 한다. 학동들은 또 다시 훈장님을 따라 같이 ‘바담 풍’하고 읊는다. 훈장은 올바로 읽지 못하는 학동들을 야단치며 다시 고쳐 읽어 준다. “자! 이 글자는 ‘바담 풍’이 아니고, ‘바담 풍’이라고 읽어야지.” 착하고 말 잘 듣는 학동들은 시키는 대로 들은 대로 ‘바담 풍’을 따라 한다.


  훈장님은 바로 읽지 못하는 학동들에게 화를 내자 학동들은 겁에 질려 훈장님 발음 그대로 틀리지 않으려고 더 신중히 따라 한다. 결국 공부방은 더 이상 학습을 할 수 없는 지경의 분위기가 됐고, 훈장님의 질책은 분노의 회초리로 변해 학동들에게 날아가고, 어진 학동들은 영문도 모른 채 매질을 당해야 했다고 한다.


                     < 출처, 서당 - 김홍도 작>


   어린 시절에 이 이야기를 들었고, 그 때는 그냥 ‘바담 풍’이 우스워 별 의미도 모른 채 킥킥 웃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오늘 새삼스럽게 이 기억이 떠오르는 건 요즘 꼭 혀짧은 훈장님을 닮은 분들이 유난히 많아 보여서다.


  베이비부머 세대로 어느새 정년을 맞아 요즘 백수가 돼 딱히 하는 일 없이 소일하다보니 TV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 롯데의 야구 중계가 없거나 지고 있을 때는 괜히 이리 저리 채널을 돌려 보지만 마땅히 볼만 한 게 없어 뉴스나 시사토론 같은 프로그램에서 멈추게 된다.
 
  정치가, 평론가, 전문가, 교수 등 소위 사회지도층이요 지식인이라는 분들이 삼삼오오 둘러 앉아 온갖 좋은 말은 다 쏟아내는 시사토론 프로그램이 채널마다 널려 있다. 여기에 나오는 이들은 모르는 게 없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하나하나 꼬집어 처방전을 내어 놓는 게 그저 놀랍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출처, 시사저널>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이들이 마을을 대표하고 나라를 이끌어 가는 자리에 나설 때 보면 하나같이 혀 짧은 훈장님을 닮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올바른 말들을 한 것 같았는데 혀짧은 ‘바담 풍’만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허물은 정당한 것이고, 그렇게 해도 훈장이요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반면 똑 같은 행동을 한 여린 백성들은 아주 잘 못한 것으로 벌을 받아야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분들도 이구동성 좋은 시책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 무지한 우리는 참 좋은 시책이요, 올바른 방안으로만 알 수밖에! 그들의 제안이 ‘혀짧은’ 소리에 그쳤다는 것은 나중에 피해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된다. 세금이라는 매질을 당한 뒤 ‘바람 풍’이란 걸 깨달으니…!


  ‘혀짧은’ 내가 내 허물을 모르면, 모두가 혀 짧은 사람이 된다는 걸 이들 지도충 인사가 알아야 할 일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해 복지를 하겠다는 분들이 먼저 스스로를 살펴보고 바르게 해주기를 부탁하고 싶은데, 정작 기자의 혀는 어떤지 모르겠다.
조희제기자 ccgy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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