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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무게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10-29 조회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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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의 무게


1967년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에 재직하던 홈즈와 레어 교수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요인들을 충격 강도에 따라 서열화해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홈즈와 레어의 스트레스 표에는 모두 43개의 항목이 있다.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1번 항목은 ‘배우자의 사망’으로 스트레스 점수가 100점이다. 가장 낮은 스트레스는 43번 항목 ‘운전위반과 같은 사소한 법률위반’으로 11점이다.


홈즈와 레어는 이 같은 방식으로 1년간 받은 스트레스 점수를 합산한 결과를 건강 문제와 연결시킨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점수 합계가 300점 이상이면  90% 이상의 사람이, 155~299점이면 50% 이상의 사람이 건강에 이상을 느낀다는 식이다. 

스트레스 표의 순위는 물론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이 순위는 홈즈와 레어가 수 천 명의 미국인과 일본인을 대상으로 43개 항목을 무작위로 배열한 설문지를 나눠준 뒤 그들의 응답지를 분석해 가장 응답이 많았던 순서대로 배열한 것이다. 말하자면 평균적 응답이다. 남녀, 나이, 계층, 사회적 경제적 환경 등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올해 4월 영국 생리학회  루시 도널드슨 박사가 영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홈즈와 레어의 스트레스 지수에 기초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배우자의 사망이나 중증 질환 등은 여전히 높은 순위에 있었는데 특이한 것은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의 분실(14위)에 따른 스트레스가 테러 위협(13위)에 맞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흠즈와 레어가 연구 결과를 처음 발표했던 5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홈즈와 레어의 스트레스 지수를 이용해

 측정한 영국 성인 2000명의 스트레스 수준


어쨌든 홈즈와 레어의 스트레스 스트레스 표에서 은퇴 시기를 전후한 중장년층에 특화된 항목을 찾아보자. 43개 항목 중 10번 항목에 은퇴가 있다. 스트레스 점수는 45점이다. 16번의 재정수지 변화(38점), 18번의 이직 및 직업변경(36점)도 눈에 띈다. 재정수지의 변화란 은퇴하고 나면 당장 호주머니가얇아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지갑이 가벼워지면 현직에 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각종 경조사 비용조차 갑자기 부담스러워진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경우, 특히 준비 없는 은퇴를 맞았거나, 눈앞에 두고 있다면 은퇴에 따른 스트레스가 1번 배우자의 사망이나 2번 이혼(73점)에 버금갈 정도로 충격적일 수도 있다.  반대로 은퇴를 앞두고 제2의 직장을 확보해놓은 경우라면 은퇴의 충격은 10번이 아니라 제일 마지막 43번보다 적을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중장년층은 대부분 은퇴의 충격이 10번보다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영예로운 퇴임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진은 모 지자체의

정년퇴임식 장면.


은퇴의 중압감을 줄이는 일차적 노력은 물론 은퇴 당사자의 몫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국가가 나서야 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고령자 일자리 부족이나 고령자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실정에서 은퇴자에게만 맡겨둘 경우 시장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꼽자면 정년 연장이다.일본 정부는 조만간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법 개정안을 낼 방침이라고 한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베이비 부머 세대의 대거 은퇴에 따른 일손 부족을 메우는 한편 장기 근무 공무원들의 경륜을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민간기업에서는 역시 일손 부족 때문에 65세 정년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과 일본이 인접한 국가인데도 이렇듯 사정이 다르다. 일본은 일손이 모자라고, 우리는 넘쳐난다. 일본의 예를 보면 우리도 생각보다 빨리 일손부족 현상이 닥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가슴에 와닿지 않는 비현실적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퇴직자들의 수기를 보면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있다. 잠에서 깨어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늘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퇴직하고 나니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아 가장 서글펐다는 이들도 많다. 은퇴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홈즈와 레어의 스트레스 표에서 은퇴 항목을 순위표 밖으로 몰아내거나 아니면 하위순번으로 내려보내는 일이다. 은퇴자 본인과 국가가 수레의 앞뒤바퀴가 되어 함께 끌어가야 할 문제다.  김찬석 기자chan35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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