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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의미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7-10-25 조회 1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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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의미

-아르바이트 취업기

 

백수에게 일요일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

아침 일찍 출근을 서두르지 않으며 느지막히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TV나  보면서 빈둥대거나 친구들과의 약속, 또는 결혼식 참석 등으로 나가는 가족의 일과에  맞춰 나는 식사를 준비하거나 청소 등의 집안일을 하곤 했다.

그런데 요즈음 나는 일요일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유부 초밥이나 김자반 주먹밥 또는 맑은 두부 장국이나 콩나물국 등 챙겨먹기 쉬운 음식들을 장만해 식탁에 차려놓고 출근한다.



주례에 있는 요양병원에 일요 원무 당직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

여느 때처럼 위크넷의 구인업체 페이지를 눈이 아프도록 훑어보다가 일요일만 시간제로 일하는 곳이 있어 재빨리 클릭, 업무 자체도 힘들거나 별 어려울 일이 없어 도전하기로 한다.  요양병원 원무과에 일년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만만했다단지 연령이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이력서를 메일로 보내고 담당자와 통화 시도, 역시 병원이라 한번만에 연결이 되지 않았고 또 메일도 다른 주소로 다시 보내라 해서 반나절은 꼬박 컴퓨터와 폰을 떠날 수 없었다담당 행정부장과 통화, 이력서를 보고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냐며 조심스레 반문한다.  방송국 아나운서, 제작부 간부 등의 경력이 해당 업무에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모양이다그렇지만 병원 근무 경험을 강력하게 내세우며 수납이나 입원상담도 자신있다고 어필했다그러면 병원으로 오란다그래서 , 면접보시게요?” 했더니 면접은 무슨 차나 한잔 하십시다한다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행정부장은 나이가 지긋했고 우려했던 연령제한에 관한 부분은 아무 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휴일 당직을 정직원들이 모두 기피하여 부득이하게 일요당직 알바를 쓰게 되었노라고 병원의 입장을 설명한다간단한 업무 지시가 있었고 당장 이번 일요일부터의 출근 여부를 물어온다당연 내가 누구인가준비된 백수인데 격렬하게 그러하겠노라 답변하고 일단 채용이 확정된 후 귀가했다첫 출근날  이동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정확하게 몰라서 좀 서둘렀더니 삼십분이나 빨리 출근, 바톤 터치할 야간 당직자가 은근 좋아라 한다그런데 야간 당직자는 나보다 월씬 나이가 많은 빠릿빠릿하고 건강한 어르신이다행정부장이 워낙 성격이 꼬장꼬장하다고 이해하라 넌지시 귀띰해 준다.  

오전 8시부터 오후5시까지가 근무시간이고 주요 업무는 전화 응대, 입원 상담,면회 방문객에게 병실 안내, 산소 교체, 입원비 수납 등등의 일이다. 고된 일은 없지만 하루 종일 한자리에 붙박이로 앉아있는 게 고역, 그것도 이제는 익숙해져 견딜만 하다. 점심시간에 6층 식당에 가보니 영양실 직원 여사님들도 모두 50대 후반 60대 초반의 중장년이다.  요양보호사나 간호사들도 거의가 중년이다.  그래서 접근하기도 좋고 근무하기에 위축되지 않고 편안하다내가 알고 있는 몇몇군데의 요양병원도 근무자의 연령대가 그러하다중장년이 취업하기에 비교적 수월하고 문턱이 낮은 곳이 요양병원이다물론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요양보호사나 영양실 근무, 청소, 간호조무사, 약제실 근무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어느덧 근무 8개월째로 접어든다이제는 일요일마다 방문하는 보호자와 일상을 얘기할 정도로 친숙하다.  일층 로비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TV도 함께 보고 여러 가지 하소연도 귀기울여 들어준다.  7층 옥상에 마련된 텃밭에서 무공해상추나 방울토마토, 고추도 따먹고 영양실 여사님들과 점심도 함께 하면서 그들의 고충을 들어준다내가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 나이가 되었으므로. .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나 또는 입원을 상담하러 오눈 보호자들 대부분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일요일 내가 근무하는 시간동안만큼은 그들에게 위안이 되고자 한다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또 멀지 않은 시간에 우리의 노년에 닥쳐 올 삶의 모습일 수도 있기에. . . . .

(work)에 감사(thank)하면 행복(happy)이 찾아올 곳이다

이렇게 나의 일요일은 워스피(worthpy) 하다!

 

이순, 최원열 기자 leesoon10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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