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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여 ‘질서의 변화를 통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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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1-23 조회 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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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여 질서의 변화를 통찰하라’!

외교관이자 학자, ‘휴먼북 김수일스토리

    

 인도네시아 문화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부산의인도네시아센터를 아세요?

 부산 북구 화명동에 있는 인도네시아센터. 흔히들인도네시아센터라 하면 단순히 인도네시아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곳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센터를 자세히 둘러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먼저 센터 1카페 루왁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인도네시아 문하의 향기에 빠져보자. 한 잔의 커피는 센터의 모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자유 이용권인 셈이다.

    

 1층 카페에는 인도네시아 물품들이 많이 전시돼 있고, 2층은 갤러리 공간과 각종 모임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다. 4층에는 그림들과 각종 향료들이 전시돼 있으며, 이곳에서 인도네시아 홍보동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 센터는 인도네시아를 직접 찾지 않더라도 그 나라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화교류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민간외교의 소중한 터전이기도 하다.


 이번 휴먼 북서평은 이 센터의 오늘이 있게 한 김수일(65) 전 동티모르 대사의 스토리다. ‘휴먼 북 김수일은 책으로 치면 고급 양장의 <장정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는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기초를 닦은 대학자이자, 인도네시아 정부의 존경을 받는 외교전문가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어를 전공한 김수일은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30여 년 간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양성에 힘을 쏟았다. 그 과정에서 동양어대 학장,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인도네시아 사랑은 각별하다. 대학에서 그 나라의 언어는 물론 문화,역사 등에 관한 폭넓은 공부를 하면서 인도네시아 사랑에 빠져들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지난 1967년 수교했다. 그런데 양국 교류역사상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자격을 부여받은 외국인은 그가 유일하다. 그 이면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숨겨져 있다.

    

 부산외대 교수 시절이었던 1985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국제포럼에서 그는 주제발표를 한다. 당시 그의 나이는 32. 그 자리에는 당시 수하르토 대통령도 참석했다. 주제발표를 들은 수하르토는 다음날 그를 대통령궁으로 초빙했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인도네시아를 그렇게 잘 아느냐?’, ‘당신이 인도네시아 정부를 대표해 한국에 인도네시아를 널리 알려 달라’,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대표 권한은 전적으로 일임 하겠다등등. 젊은 한국인 학자에게 한 수하르토의 부탁이자 약속이었다. 그러고는 동석한 한국 외교부 장관에게 앞으로 이 사람을 크게 써라는 첨언도 곁들였다고.

    

 이 말을 들은 장관은 귀국 직후 그에게 명예영사자리를 추천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그는 14년 동안 인도네시아 명예영사를 하고 있다. 또 다른 일화 한 토막. 명예영사 직은 만 40세 이상인 사람만 맡을 수 있다. 결국 8년이 지난 뒤인 1993년 인도네시아 명예명사에 임명됐다.

    

 명예영사의 권한도 일반적인 명예영사의 그것보다 파격적이었다. 비자를 발급할 수 있는 권한과 인도네시아로 진출하는 한국의 기업들에게 부여하는 영사공증의 권한까지 주어졌다. 이 또한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이 특별히 허가한 권한이다. 특히 수하르토 대통령의 임명장에는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의 모든 국민은 김수일 명예영사의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이때부터 영남권 한국 사람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려면 그의 사인을 받고, 인니진출 기업인들도 그의 공증을 받아야 한다. 이 공증의 권한은 변호사들의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놓은 수준이다. 심지어 김 전 대사가 인니를 방문할 때, 스스로 비자에 사인을 했다고.

    

 김 전 대사는 국내에 동남아시아 전문가가 많지 않기에 동남아외교정책에 결정적 역할도 했다. 1989년부터 외교부의 동남아 정책자문 역을 맡고 있다. 참여정부시절인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 대사를 역임했고, 20119월부터 인도네시아 관광청 한국대표로 일하기도 했다. 물론 인도네시아 최초이자 최후의 명예영사라는 타이틀도 ‘휴먼북 김수일의 기록이다.

    

 부산인도네시아센터는 이같은 특별한 경력을 가진 김 전 대사의 인도네시아 사랑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나이가 들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인도네시아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작심한 그는 순수하게 자비를 들여 2012년 이 센터를 지었다.그러면서 운영철학을 세웠다.어떤 경우에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센터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

    

 센터 건립6년이 지난 지금은 주위 아파트 입주민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이 첫 번째 보람이다. 2층 갤러리에서 인근 주민들이 독서나 꽃꽂이 동아리 활동을 정규화해 이 센터는 지역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영남지역에 살고 있는 18,000여 인도네시아인들 가운데 센터를 찾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도 그를 기쁘게 한다.


    



 부산시민과 부산 및 김해를 포함 영남지역 인도네시아 교민들이 이곳에서 서로 간에 어학도 공부하면서 친선을 도모함은 물론 최근에는 양국의 전통무용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주말에 만나서 문화교류도 활성화하는 것을 보면서 요즘 뿌듯함을 나낀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단, 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1층 카페 루왁에서 커피 한잔 정도를 즐기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도 내방객들이 외부에서 커피나 음료 등을 반입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다.상업적으로 단 1원이라도 이윤도 남기지 않으려는 그의 운영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주변에서는 사재를 털어 센터를 건립했으니,정부나 지자체 등의 지원도 요청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언도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을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정중히 사양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서 기자는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를 떠올렸다.이산가족인 장 박사가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앞세울 수 없다는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의 기회를 남에게 양보한 사례를 떠올리자 그는 장기려 박사와 비교될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을 하염없이 낮추는 그마음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다시 느끼게 됐다.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도 알 수 있었다.

     

 학자 김수일이 남긴 발자취도 예사롭지 않다.그가 교수로 왕성한 활동한 시기가 1980년대 중반으로, 옛 소련에서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면서 세계는 냉전체계가 무너졌다. ‘글로벌 빌리지라는 말이 본격화하면서 지구촌 시대가 개막할 즈음이다. 부산지역 기업인이 인도네시아로 많이 진출한 시기이기도 했다.

    

대략 꼽아보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근무하는 제자들이 300명을 넘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특정 교수가 배출한 제자들 가운데 현지에 취업한 이들이 300명을 넘는 사례를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김수일의 자신감이다. 이밖에도 지역전문가로 스카우트돼 외교관으로 근무하거나 법무부(출입국관리소), 경찰청 외사과 등지에서 일하는 제자들도 많다는 것이 그의 자랑이다.

    

 김수일은 지역 젊은이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질서의 변화에 통찰하라는 주문이 그것이다. 자세한 설명도 곁들인다. ‘사람은 질서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 존재다. 우리 젊은이들이 질서의 변화를 통찰하지 못하면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의 앞날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거세게 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도도한 물결은 인간의 많은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다. 인공지능, 증강현실 로봇 등과 같은 ICT기술 변화를 읽어내야지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다. 미래학자 등 사회과학자들도 자연과학자들처럼 정확한 진단을 통해 질서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취재 말미에 센터 정원에 있는 기념식수를 보니 세 명의 대통령이 이 센터를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 두명과 동티모르의 오르다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특히 오르다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다.

    

 이 작은 건물에 세 명의 대통령이 다녀간 것도 전적으로 김 전 대사와의 친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사람의 외교 전문가가 쌓은 우정이 외교관계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외교의 장! 그곳이 휴먼북 김수일의 인도네시아센터 취재소감이다.

송명옥 편도욱기자wndhks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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