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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日本) 가서 아르바이트나 할까?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8-11-16 조회 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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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日本) 가서 아르바이트나 할까?



                 일본노인 아르바이트 점원들./사진 출처=일본 구마모토 아소 블로그

    

    

 #사례 1= 일주일 전(119), 일본 오사카에 살고 있는 한 지인이 잠시 귀국해 저녁을 같이 먹었다. 대학 동기인 이 친구는 십수년 전,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부장을 달고 퇴사한 뒤 계열사의 임원, 하청업체의 대표 등을 거치면서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렇게 10여 년을 보내면서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맥주를 사곤 했다.

 그러고는 정확히 5년 전 갑자기 연락이 뚝 끊겼다. 10여 년의 만남 동안 이 친구에게 참보수라는 별명이 붙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기자인지라 혹 참된 보수의 의미로 오해할까 저어돼 풀이해야겠다. 참보수는 동기 모임의 참가 보증 수표라는 뜻이다. 그런 친구가 모임의 누구와도 연락을 끊은 채 5년을 잠수 탄것이다. 모임 때마다 이 친구의 소식여부가 최대 화두가 될 정도였다.

 그랬던 친구가 5년 만에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는 젊은이들의 은어)’ 하며 서면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선약도 취소하고 서면의 뒷골목으로 달려갔다. 거친 경상도 욕을 써가며 한바탕 퍼부은 뒤 이야기꽃을 피워갔다. 둘만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었을까?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 10여 년 동안의 뒷얘기를 틀어놓았다. 그 세월을 악몽으로 풀이하고 있었다. 자기 스스로를 슈퍼 을로 규정하며 한국에서 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 드는지를 조목조목 예를 들어가며 핏대를 올렸다. 그러면서 갑자기 기자들을 싸잡아 욕하기까지 했다. ‘언론이 썩었으니 한국 경제가 엉망이 됐고, 앞으로도 이 꼴로는 아무런 희망도 안 보인다는 요지의 단언까지 했다. 넉넉한 퇴직금을 날리고 그로 인해 이혼에 이른 가정사이야기는 태종대 자살바위까지 찾았다는 이 친구의 절박함에 빗대면 덤일 뿐이었다.

 술잔이 여러 순배 돌고 취기가 오르면서 평정심을 찾은 탓일까, 대뜸 니 요새 머하고 사노?”라고 뒤늦은 안부를 물어온다. “, 그럭저럭 사는기지! 인생 별건가라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얌마, 당장 때리치우고 내캉 일본가자. 내 가게에서 알바해라, 그라마 니 십년은 이자 뿌고 산다. 한달에 300(300만원)은 줄끼이께. 여가 머가 조아, 대가리 처박고 살고 있노!”

 정리를 하자면 더 이상 버티질 못해 5년 전 대학전공을 살려 도피하듯 일본으로 갔고,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해 지금은 조그만 일본식 선술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파트타임 종업원을 못 구해 애를 먹을 정도다. 그러니 한국에서 어렵게 살지 말고, 일본으로 가자는 권유였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내내, “일본가믄 니같은 애늙은이 일자리가 천지비까리다!”는 그 친구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사례 2= 어제(1115), 부산 수영구에서 대기업 소속 프랜차이즈 점장 일을 하던 친구가 저녁 나절에 갑자기 술을 먹자고 연락이 왔다. 전날의 숙취를 핑계로 다음을 기약하자고 했더니, “니 올 때까지 기다릴끼다!”며 전화를 끊어버린다.

 ‘전화해줄 사람이 있을 때가 행복한 것이라는 베이비부머들의 자조를 떠올리며 마지못해 나갔다. 이미 취생몽사상태다. 그런데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남들은 내 심정 모를끼다. 얼추 잘 나가는 브랜드가게 사장이니 폼 나게살겠거니 하것제? 근데 드러바서 인자 더 이상 안할란다. 그리 조아하던 골프도 몬하고 3년을 새벽별 보기하믄서 살았는데 한기라곤 알바아들 월급 마차준 것 빼이 엄따! 내 가게 지난 주에 안한다꼬 통기했다. 이기 나라가 캐가 바꾼 나라 꼬라지가 이기 머꼬?”

    

 자주 만나는 친구라 간략하게 사정만 정리하자면 이렇다. ‘가게 임차료는 자부담이라 올라갈 때마다 주인에게 사정사정해야 하고, 본사의 요구조건은 너무 까다롭다. 수시로 인테리어니 디스플레이니 교체를 요구하며 딴지를 걸어오는 횡포에 시달린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시급을 올려 은행 빚만 쌓여간다.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일주일 전 만난 친구의 슈퍼 을이야기가 오버랩 된다.

    

 마침 오늘(16)자 신문기사 두건이 눈에 띈다. 하나는 일본발 기사다. 니혼게이자신문 15일자 기사에 따르면 올 10월 일본 3대 도시권에서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의 시간당 급여가 우리 돈 1만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일자리 싹 줄고, 자영업 줄폐업이라는 우리나라 통계 발표 분석기사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국평균 고용률이 66.8%, 전월대비 0.2% 포인트 떨어졌다. 굳이 통계자료를 빌지 않아도 주변에서 힘들어 하는 자영업자들이 너무도 많다.

    

오후 쯤, 이 친구에게 전화했다. “인석아, 우리 일본가서 알바할래?”    

편도욱 송명옥기자 solrip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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