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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노인의 날’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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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10-04 조회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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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노인의 날단상(斷想)

    

 지난 102일은 제22노인의 날의 날이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내건 노인의 날 슬로건은 어른다운 노인으로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서면 축사를 통해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책무를 다 하겠다는 내용과 사회 발전에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보태어 주시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과연 우리 사회의 노인들이 어른다운~’ 품위를 지키며 어른답게 살고 있는가? 문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 정부는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속의 한 장면.

   

 결론적으로 전혀 그렇다고 인정할 수 없다. 오히려 얼마 전 재개봉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한 영화의 제목부터 떠오를 뿐이다. 이 영화는 곧 퇴직을 앞둔 늙은 보안관이 주로 노인이며 사회보장연금을 받는 피해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인하는 한 사이코패스를 뒤쫓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제목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비잔티움에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에 나오는 도입부 문구를 그대로 인용한 것이란다. 이 시에는 늙은 시인의 무력감과 무용함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 역시 그런 감정을 서사의 뼈대로 완성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영화의 후반부에 은퇴한 이 보안관은 아내의 일을 도와주겠다는 말조차 거절당하는, 완전히 불필요한 존재가 된 것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기자는 이 영화 속 주인공의 내레이션과 장면 군데군데에서 지금 우리 노인사회의 단면을 떠올리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일 내놓은 노인인권종합보고서 내용만 살펴봐도 또렷이 알 수 있다. 우리사회가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닌 것을. 당장 한국의 노인4명 가운데 1명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전국 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보니 이 가운데 26.0%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학대나 방임을 경험했다는 답변도 10%나 됐다. 대상자의 89.5%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21.1%는 우울증 증세도 보였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20% 가량 노인들은 적절한 도움이나 치료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늙고 병든 데다 경제적 능력도 없이 절망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한국 노인들의 자화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따지고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한국은 이미 노인들에게는 절망의 땅이 된 지 오래다.

    

 노인 빈곤율은 49.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가난에 쪼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60세에 은퇴를 해도 노후를 편히 쉬면서 보낼 여유가 없다. 당장 일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든 게 한국의 노인이다.

    

 이런 판국에 어찌 어른다운 노인으로으로 살 수 있단 말인가? 더 더욱 사회 발전에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륜을 보태어 주시라는 대통령의 주문에서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기회가 주어져야 지혜를 보태든 경륜을 보탤 것 아닌가.  

    

            비 오는날 폐지를 모으고 있는 한 노인.


 특히 부산의 노인 실태를 보면 요즘 젊은이들이 말하는 헬 조선(지옥이라는 영어 HELL과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조선의 합성어)’은 청년보다 노인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이미 부산은 16개 구·군 가운데 15곳이 노인 비율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경제 건강 등 측면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노인이 많지만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복지 정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다름 아니다.

    

 부산시의 각종 노인고용 정책은 머릿수채우기에 급급하고, 임금 수준은 아직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각 지자체가 세운 노인 정책도 대부분 소규모 금전 지원에 그친다. 한 지역 일간지에 따르면 남구는 지역 어린이집과 협약해 노인에게 월27만 원을 지원하고 원생의 승하차 안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사하구는 형편이 어려운 지역 노인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30장씩 지원한다. 부산진구는 노인 식생활 지원을 위해 내년부터 4년간 8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내용은 무료 급식·밑반찬 배달 등 기존 정책 확대에 그친다. 노인들에게 부산은 헬 부산이다.

    

 다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얘기를 해보자. 주인공인 보안관은 아버지가 등장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렇게 늙어서 떠나간 노인들이 선각자이자 개척자에 가까운 존재라는 메시지를 드러낸다. 이 세계 또한 그렇게 노인이 만들어 놓은 세계로부터 이어받은 것임을 우리는 잊고 살아가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우리의 오늘은 길게는 6·25 한국전쟁부터 급속도의 산업화 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식들을 공부시킨 뒤 IMF사태까지 겪은 우리사회 노인들로부터 이어받은 것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다만 잊고 있을 뿐. 더 이상 한국노인 불행보고서는 읽지 않았으면 하는 노인의 날 즈음이다.

편도욱 송명옥기자solrip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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