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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헌드레드시대, 신중년(新中年)의 ‘워라밸’은?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8-07-23 조회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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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헌드레드시대, 신중년(新中年)워라밸?

  

 ‘워라벨’. 영어로‘Work & Life Balance’의 줄임말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이 말은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개인의 업무와 사생활 간의 균형을 묘사하는 단어로 처음 등장했다. 최근 들어 줄임말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각 단어의 앞 글자를 딴 워라밸이 통용되고 있다.


         <사진 출처=GettyImages>



 한마디로적당히 일하고,적당히 인생을 즐기자는 모토다. OECD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최장수준인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우리 국민에게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인생을 보람차게 보내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정부가 역동적으로 이끌고 있는 정책 방향이다.

    

 정부(고용노동부)는 이미 지난해 7월 워라밸 제고를 위해 ·가정 양립과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근무혁신10대 제안을 발간한 바 있다. 이 책자에는 정시 퇴근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업무집중도 향상 생산성 위주의 회의 명확한 업무지시 유연한 근무 효율적 보고 건전한 회식문화 연가사용 활성화관리자부터 실천 등10가지 개선 방침이 담겨있다. 게다가 잡플래닛과 공동으로 워라밸 점수가 높은 중소기업을 평가해 워라밸 실천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해 71일부터 52시간 근무제를 공식화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최장 근무시간을 종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 다만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19년 말까지 법 적용이 유예된다.

    

 그런데 이 워라밸이 되레 수상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 노동자들은 당장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기대보다는 오히려 걱정과 혼란이 앞서는 분위기다.

    

 근로시간을 줄여 노동자에게는 삶의 질을 보장하고, 기업이나 업소가 부족한 노동력을 신규고용으로 보충함으로써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퍼붓는 드라이브 정책을 펼쳤다.

    

 이를 통해 정부는 생산성 향상이나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걱정부터 앞세우고 있고, 경제현장 전반에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당장근무시간의 개념부터가 헷갈린다. 저녁 회식자리에 부서장이 참석을 지시한 경우 근무시간으로 간주할지, 워크숍에서 레크레이션을 즐기면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 주말 거래처와 골프는 근무시간에 포함해야 하는지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호함에 우왕좌왕이다.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기업 몫이다. 변화된 환경에서 과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 요인이 커다란 게 하나 더 늘었다. 하나의 회사를 둘로 쪼갰다는 얘기도 들린다. 법인을 하나 더 세워 직원들을 절반씩 쪼개서 노동 인원을300인 이하로 맞추는 편법을 쓰는 것. 그러면 16개월간 법 적용 유예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정부는 기업들의 불안과 현장의 혼선 등을 고려해 노동시간 단축에 반년 정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또 노사가 업무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업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탄력적 근무시간제 도입 등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에는 눈이 내린 뒤에 된서리까지 보태지는 격이다. 가뜩이나 최저임금제 인상을 둘러싸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업주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판에 52시간 근무제마저 겹치는 꼴이니 오죽하겠는가. 노동자는 물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업주들이 반발하는 등으로 워라밸은 소기의 목표와는 역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미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자와 사용자, 국민 모두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딜레마(Dilemma)에 빠져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거시적 경제정책이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기 힘들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그렇더라도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은 자칫 국가경제를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의 노동정책 딜레마는 사실 문재인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불가피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로봇 등AI(인공지능)를 장착한 자동화가 사람의 일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설사 강압적으로 고용을 늘리라고 해도 고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다고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바로4차 산업혁명에 즈음하여 그 진단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오진을 했으니 당연히 백약이 무효한 처방을 내놓을 수밖에.


    


 이 워라밸을 호모 헌드레드(인생100)시대신중년들에게 대입하면 사정은 더욱 심각해진다. 인생2모작을 꾸려가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에게 워라밸은 그림의 떡이다. 일자리를 겨우 얻었지만 쥐꼬리 만한 벌이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텅 빈 지갑으로 도대체 어떤 문화생활로 인생을 즐길 수 있겠는가.

    

 인생2모작 일자리 대부분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료에 그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사정이 조금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는 한여름 밤의 꿈에 다름 아니다. 대부분 중소기업 수준의 2모작 일자리 업주들이 한물간 퇴물들을 정리하면서 베이비부머나 시니어들이 오히려 일자리에서 밀려날 가능성만 키울 뿐이라는 것이 취재현장에서 확인한 현실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히려 일자리에서 내몰리고, 52시간 탓에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얇아지고! 간장의 빛이 붉어 그럴 듯해 보이지만 맛이 짜 신통치가 않다는 '홍불감장(紅不甘醬)'이 바로 호모 헌드레드시대 베이비부머들의 워라밸인 것을.

송명옥, 편도욱기자 solrip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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