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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막말, 그 지독한 패러독스!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8-05-23 조회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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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막말, 그 지독한 패러독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 곤혹스런 부메랑

 

 ‘미친 XX’, ‘미친 X’, ‘XX’, ‘미친 개’, ‘닭대가리’, ‘바퀴벌레’, ‘연탄가스’, ‘파리’, ‘왕파리’, ‘패거리’, ‘쓰레기’, ‘영감탱이’, ‘병신 XX’, ‘빨갱이’, ‘양아치’, ‘안보 걸뱅이.

 

 “국민은 레밍(Lemming, 집단자살 나그네쥐)같다”, “민중은 개, 돼지다”, “미친 X들이야,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정치인의 막말이 도를 넘고 있어 국민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이른바 시정잡배도 입에 담기 곤란한 심한 욕설과 막말이 요즘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는 여의도와 그 언저리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욕설, 막말 퍼레이드 판이다.

 

 심지어 심한 막말을 일삼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자, 궁색한 변명으로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는 뻔뻔함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 공당의 대표라는 자는 바퀴벌레, 연탄가스 등의 단어가 보통명사라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따지기도 했다. 딴은 맞는 말이다. 바퀴벌레나 연탄가스라는 어휘를 쓴다는 것만으로는 비난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 단어를 사람에게 대입했다는 데 있다. 바퀴벌레는 보통명사다. 우리말 사전은 바퀴를 바큇과의 바퀴, 산바퀴와 왕바큇과의 먹바퀴, 집바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식에서, 만일 그자가 야이 바퀴벌레 같은 놈아!”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말 궁금하다.

 

 이 자는 또 빨갱이라는 말도 이상하게 풀이하며 왜 문제가 되냐?’고 되물었다. 그는 경상도에서는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을 빨갱이라 한다고 친절한(?) 설명을 들려줬다. 정말 그런가!

 

 기자는 대학과 군대 시절을 포함, 10여 년을 빼고 경상도에서만 50년 가까이 살았다. 그러나 빨갱이는 공산주의자를 일컫는 말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래서 짧은 어휘력을 탓하며 사전을 또 찾아봤다.

 

 사전은 빨갱이를 ‘[명사] 공산주의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규정할 뿐, 경상도 방언이라는 풀이는 없었다. 물론 덕분에 빨갱이라는 물고기가 있음을 알게 된 소득도 얻었다. 농어목 망둑엇과의 바닷물고기가 빨갱이


               지난 미국대선에서 트럼프의 막말이 심하자 한 매체가 이 그림을 실었다.


   

 현직 국회의원 1석의 모 당대표는 대중연설에서 대통령을 향해 미친 XX’라는 심한 욕설도 퍼부었다. 그가 욕설을 퍼부은 대상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었다. 연설의 맥락을 따져보면 국민을 대표해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는 헌법기관인 대통령을 욕보인 것이다. 국민에 대한 심한 모독이다.

 

 헌법기관인 대통령에게 심한 욕설과 안보걸뱅이’, ‘빨갱이라는 막말을 퍼붓는 것도 모자라 국민을 개·돼지, 쥐로 폄훼하기까지 하는 사람들이 그 동네 사람들이다. 하기야 다 우리들의 자업자득일 터. 그런 사람들을 뽑았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들의 거친 말이 베이버부머 이상 어른 세대 모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가끔 청소년들의 진로, 진학 지도를 위해 초··고교를 방문해 아이들을 만난다. 그리고는 정말 소스라치곤 한다. 아이들 입에서 거침없는 욕설이 수업시간에도 튀어나오기 일쑤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 붙은 '우리반 금지어' 목록들.



 바른 말과 바른 글은 우리 아이들이 바른 생각을 갖도록 하는 근간이 된다. 요즘 아이들이 배려심 없고, 버릇없다며 개탄할 자격이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 이 아이들이 누구를 배웠겠는가! 어른들이 버르장머리 없는는 아이들을 만들어 놓고는, 우리 미래를 버르장머리 있는사회로 만들어달라고 하는 요구는 연목구어(緣木求魚)에 다름 아니다.


 물론 정치판의 막말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트럼프대통령도 막말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인사다. 정치판에서 막말 전략을 논하는 정치학자도 있다. 그렇더라도 분명 금도(襟度)는 있어야 한다. 관련해 의회주의 나라, 영국에서 300여 년 전에 있었던 일화가 떠오른다.

 

 당시 토리(보수)당의 벤자민 디즈렐리 당수는 의회 연설에서 "휘그(민권)당 각료의 절반은 당나귀들"이라며 윌리암 글래드스톤 내각을 꼬집었다. 지금도 하얀 가발을 머리에 얹고 상원의원들이 앉아있는 웨스트민스터 궁전의 영국의회 모습을 떠올리면 19세기 후반에 이 말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왔을지 짐작이 된다.

 

 이 언사는 도저히 묵과될 수 없는 야만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비난여론이 비등했고, 사과 요구가 거셌다. 그래서 다시 발언대에 선 디즈렐리는 "이전의 언행을 사과합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각료의 절반은 당나귀가 아니었습니다"고 의젓하게 한마디 하고는 하단해 버렸다.

 

 우리 정치판에서도 이 같은 고급 레토릭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무리일까!

편도욱기자 solrip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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