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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는 언제 둥지를 떠날까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8-04-25 조회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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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청춘

-에코는 언제 둥지를 떠날까


 화사한 봄날에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신록이 짙어지니 삼삼오오 봄나들이로 산과 들에 상춘객이 넘쳐난다.

    

 극성스레 살아 온 베이비부머들이 어찌 가만있겠는가? 혹시 뒤지기라도 하면 숨 넘어 갈 듯 번개다, 임시반상회다, 희한한 이름을 붙여 사람을 불러내 봄놀이를 가자고 난리다.

  

 함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없지만 은근 반갑기도 하다. 이렇게 어울려 올해도 봄나들이 호사를 했다.


    


  놀이의 처음은 산천경계 자연의 아름다움과 감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도깨비 물이 약간 첨가되면 다들 장기자랑 아닌 자기자랑으로 변해 간다.

    

 힘 자랑, 돈 자랑, 자식 자랑 등 온갖 자랑이 늘어진다. 한 시절을 함께 살아 온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 노는 것이라 대개는 서로를 잘 알기에 힘 자랑, 돈 자랑은 속된 말로 구라를 많이 쳐도 대충 짐작을 하고 들어준다.


 그러나 자식 자랑에 있어서는 다소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고 예민해 지기도 하는데, 자식의 성공여부에 따라 괜히 겸손해지는 척 하며 슬며시 어깨에 힘을 주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는 이도 있다. 기자는 후자에 속하는 편이다.

    

 봄 기운에 취기가 과했던지 여럿이 말이 많아졌는데 그 중에 고개 숙인 한 친구의 가슴 아픈 하소연이 옛 추억의 노래 아빠의 청춘을 되뇌어 보도록 만들었다.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아들 딸이 잘되라고 행복하라고

마음으로 빌어 주는 박영감인데

~   ~   ~

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

    

 고개 숙인 이 친구는 20년이 넘도록 군 장교로 복무하다 예편하면서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한때 사업이 번창하기도 했지만 IMF다 뭐다 어려운 고비를 수 없이 넘다보니 여태껏 어려움을 다 떨쳐버리지 못한 체 세월 따라 시니어그룹에 진입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투철한 군인정신과 근면·검소함이 몸에 배 시니어가 되어서도 가족들의 안락과 행복을 위해 여전히 노력을 아끼지 않고 남은 청춘을 불사르고 있는 성실한 가장이다.

    

 그에게는 마흔이 다되어 가는 아들이 있는데 날마다 방안에 틀어 박혀 PC만 붙들고 있단다. 일상의 대부분을 PC와 함께하고 PC로 모든 걸 해결 하고 있으니,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아버지가 아들이 하고 있는 꼴을 지켜보고 있자면 도대체 뭘 하는지? 울화통이 터지고 숨이 막혀 온단다. 그래도 사랑하는 내 자식이 언젠가는 정신 차리겠지!’하며 기대를 가지고 참아온 게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꽤나 이름 있는 국립대학을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몇 군데 유수한 직장에 취직까지 했으나 조금 다니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그만 두기를 반복하다 아예 방안에 들어앉은 지가 수년째. 이제는 아예 취업대상 연령이 넘어 버렸고, 사회활동은 생각조차 않는다는 것이다.

    

 바깥출입이 거의 없다보니 크게 돈 들 일이 없는데다 그나마 조금 쓰는 용돈은 PC게임에 도가 터 게임머니로 벌어 해결하니 부모의 지원도 돈도 그다지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호연지기를 길러야 된다고 바깥으로 몰아낼 10~20대 청소년도 아니다.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해도 마이동풍으로 듣지 않고 자폐증 환자 같이 하릴없이 방안에서만 생활 하고 있는 이 아들 녀석을 언제까지 돌봐야 할 것인지 속이 상해 죽을 지경이라고 한탄을 한다.

    

 이게 남의 일만이 아니라 쉬 내뱉지 못하고 삼키고 있던 바로 내 자식 얘기이고, 또 다른 몇 친구가 공감하는 아버지들의 고민으로 동병상련의 봄나들이가 되었다.

    

 어깨에 힘들어 간 친구들도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늘어놓는데, 아들 딸 며느리 모두가 벌이하러 다녀 손주 보느라 죽겠다”, “독립해 나가 따로 살아도 자동차 바꿔야 하는데’, ‘아파트 이사 가야 하는데’, ‘손주들 생일이다 뭐다하며 걸핏하면 돈 달라고 손 벌리고 손주들 돌보라고 맡겨와 편할 날이 없다는 등 오히려 더 울어 대는 소리를 한다.

    

 어떤 게 정작 힘든 고민이고 행복한 고민인지 모를 지경이라 도깨비 물로 속을 달래가며 답을 찾아봐야 할까보다!

    

 요즘의 에코 세대 자식들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우리들과는 사고방식부터가 많이 다른 것 같다. 애 터지게 일 할 것도 없고 머리 아프게 고민 할 것도 없는 것 같다.

    

 ‘근면, 성실, 검소가 무엇인지?’, ‘부모들은 왜 그런 걸 중요하다고 여겨 힘들게 사는지?’, ‘디지털 시대요, 복지국가의 각종 혜택에 극성스런 부모의 보살핌이 있는데 왜 그런 걸 향유하지 않고 쓸데없는 짓을 하느냐?’는 식이다.

    

 기자의 젊은 시절이 생각난다.  FM라디오가 처음 생긴 무렵 음악방송에서 나오는 'ROCK'과 'POP'을 배우느라 온종일 라디오를 끼고 있노라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알아 듣도 못하는 괴상한 소리를 노래라고 질러대고 있냐고 호통을 치시던 아버지가 무식해 보였고 싫었다. 지금 PC앞에 앉아 세상 정보 다 보고, 제 할 일 다 한다는 아들 녀석 꼴이 옛 시절 내 모습 보는 것 같아 씁쓸해 진다.

    

 에코세대의 자식들은 언제쯤 둥지를 떠나줄까? 녀석들이 진정한 독립을 해야 베이비부머의 남은 청춘 발 뻗고 한번 누려볼 텐데.

조희제 기자ccgy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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