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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시송합니다'

고객 소리함 게시판 읽기
작성일 2018-02-18 조회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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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설에 떠오른 신조어 시송합니다(시집이라서 죄송합니다)는 달라진 시어머니상을 말해준다.

명절에도 굳이 며느리들의 시집 방문을 강요하지 않고 오더라도 며느리가 불편 할까  시어머니가 되레 눈치보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니  정말 격세지감이다

 결혼한 딸만 둘인 나로서는 내심 반가운 말이기도 하다. 우리 딸들이 시집에 가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시대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실 결혼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시어머니로 통칭되는 시집과의 갈등에서 비롯된다.

  직장생활을 핑게로 시집과는 거리를 두고 살아 시집스트레스가 크지 않은 편인 나도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는 주로 시집에서 비롯되었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그 스트레스는 다 사라졌다. 그만큼 사소한 것이긴 했다.

                

매주 수요일 같이 산행을 하는 여고 동창생 가운데는 나처럼 몇 십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혹독한 시집살이를 당한 경우가 여럿있었다.

 맞벌이로 번 돈을 꼬박 꼬박 생활비로 지원해도 고마운 줄 모르고 매번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하는가 하면 직장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부엌데기 취급하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시집 지옥이었다. 그래도  시어머니 위세에 눌려 참기만 했다고 한다.

 친구의  가혹한 시집살이는  우리 들의 공분을 샀다 . 남의 시어머니지만 분통이 터졌다.

 

시어머니의 폭언이나  시집살이에서 겪은 모멸감은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지금까지 여차하면  터져나온다.그렇게 시집살이  잔혹사를 되뇌이며 지난 세월을 치유하던 친구는 '천사 시엄마'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옛날 시어머니들은 자기들이 받은 시집살이를 분풀이 하듯 대 물림  했지만 지금 시어머니가 된 우리 친구들은 대체로 자신이 겪은 고통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착한 마음들을 가지고 있다.

 며느리가 몸이 아프면 고기와 과일을 사서 배달해준다. 며느리를 위해 손녀를 주기적으로 돌봐주러 가기도 한다. 명절이라고 며느리에게 일을 시키는 경우도 드물다. 아예 기대조차 안하는 것 같았다. 누가 누가 며느리에게 잘하나  시합을 벌이는 것 처럼 보일 정도다.

  어쩌다 며느리에게 참견을 했다거나 내 아들만을 강조하는 친구는 '결혼한 아들은 내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의 남편일 뿐이니 정신차리라'는 핀잔을 듣게 된다. 어떤 친구는 아들이 장가갈 때 평생을 아껴가며 부어넣었던 적금을 며느리에게  몽땅 털린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세상이 달라졌노라 체념하고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친구들의 착한 시어머니 사례가 별천지 얘기가 아닌 것이  우리 딸들의 시어머니들도 비슷하다.

큰 딸은 사돈이 서울 토박이다. 서울 토박이라면 깍쟁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데 그렇지 않았다. 양반이었다. 결혼 할 때도 일체의 예단을 생략했다. 그래도 딸가진 엄마라 하지말라는 당부에도 음식 같은 걸 조금  보냈더니 받은 만큼 돌려보냈다.

아들 엄마가 먼저 서로 부담주는 일은 말고  애들만 편하게 잘 살게 해 주자고  쿨하게 말하니 그렇게 편할 수 없다. 

이번 설에도  딸 부부는 6개월 짜리 아들을 시부모님에게 맡기도 모처럼의 부부 외출을 즐겼다고 하니 친정 엄마인 나로서는 고맙기만 하다.

 맞벌이하는 딸을 위해 반찬을 만들어주면서도 며느리가 부담느낄 것을 걱정하여 아들보고 가져가라 한다니 그야말로 '시송합니다 시어머니'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얼마전 결혼한 작은 딸도 마찬가지다.

역시 서울 사돈인데 모든 예단은 생략하라 해서 서양사람들 처럼 간편하게 결혼식을 치렀다.

신혼여행에서 돌아 온 딸이 신행갔을 때도 시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일체 노터치 하신다며 흡족해한다.


 물론 이같은 움직임이 아직은 미풍인지 모른다.

한 언론사가 이번 설 연휴기간 20대 국회 여성의원들에게 양성평등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의원들이 매긴 점수가 100점 만점에 고작 45점의 낙제점이었다고 한다.  바꾸자는 명절 문화는 차례 상차림, 음식준비 남녀 분담이 많았다.  

 즐겁자고 모인 명절이 음식준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주객전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들만 둘인데 나중에 며느리를 맞게 되면 차례음식은 대행 서비스에 맡길것'이라 다짐하는 의원도 있었다.

 '명절에 시댁에 오는 시누이들까지 챙기고 나서도 친정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나도 명절날 그랬다. 인사오는 친척들이 잇따라 그 와중에 친정에 가려고 서둘러 나서면 뒤가 켕기기 일쑤였다.

 며느리 들이 겪는 명절스트레스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성 차별에 기인한다. 하지만 옛날엔 형제도 많고 일도 많았지만 이젠 모여봐야 두 서너명이다.   시어머니의 갑질도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번지는 페미니즘 운동과 함께 '시송합니다'의 새 풍속이 보편적인 흐름으로 자리할 날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고야재 오상근김미선(phisunsun@hanmail.net)

  일러스터 출처: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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