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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근대문화활성화사업단 게시판 입니다.

<부산근대문화자산활성화사업단> 보수동 책방골목, 책은 살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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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2-09-20 조회 875


보수동 책방골목, 책은 살아야 한다




안녕하세요?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 부산근대문화자산 활성화사업단입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였던 부산에서 매우 소중한 곳이었고, 그 역사와 명맥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입니다. 


보수동 책방골목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란민들은 아래로 아래로 피란을 오기 시작했고, 부산은 피란민들로 몹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당시 이북에서 피난 온 손정린씨 부부가 국제시장 맞은편 보수동 사거리 입구  골목 안의 건물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와 만화,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각종 헌책 등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보수동 책방골목이 되었다고 합니다.




책방골목 입구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 온 많은 피란민이 원도심에 터를 잡았고, 영도다리에서 헤어진 가족의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목에 구직이라는 팻말을 걸고 일자리를 찾아 헤매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산 사람과 피란민들의 교육열은 식지 않았습니다. 아니, 더 열렬히 타올라 보수동 뒷산 노천에 천막을 치고 피란 학교를 만들어 수업을 이어갔습니다.



 

보수동책방골목 문화관 전시 사진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은 보수동과 구덕산 자락인 동대신동, 부민동 등에 자리를 잡은 피란 온 학생들이 다니는 통학로였습니다. 


아침에 등교하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을 지나가고, 하교하면서 책방골목을 지나갔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출판문화가 원활하지 못했고, 또 한국전쟁으로 인해 대부분 학생은 새 책을 살 형편이 안 됐습니다.   



최근 책방골목의 모습



그러다 보니 새책 구입은 엄두도 못 냈고, 헌책 살 형편도 안 돼서 아침에 학교 가면서 책방골목에 들러서 보고 싶은 책을 정해 놓고, 하굣길에 다시 와서 서점 문 닫을 때까지 책장 사이에 서서 책을 보는 학생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힘들고, 절박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된 학생도 많이 있다고 하니 그 당시의 우리나라 국민의 교육열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책방골목문화관에 전시 중인 피란학교와 보수동책방골목 모습 



또 피란민들은 피란 오면서 가지고 온 귀한 책을 책방골목에 내다 팔았고, 그 책을 사는 수집가도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헌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헌책방도 많이 생겨나면서 보수동 책방골목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보수동 책방골목이 성행했을 당시는 서점이 70여 곳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책방골목 서점들


 


세월이 흘러 출판문화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인터넷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알려주다 보니 종이책을 사거나 보는 사람의 수요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나마도 가까운 곳의 도서관을 이용하다 보니 보수동 책방골목은 추억의 장소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았던 보수동 책방골목 서점들이 문을 닫고, 찾는 사람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보수동 책방골목에는 종이책의 향수와 책 냄새와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보수동 책방골목



지금을 살아가는 보수동 책방골목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옛 추억과 역사를 간직한 채 대세를 따라 발맞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좋은 예로 보수동 책방골목 홈페이지에서 찾고 싶은 책을 검색하면 어느 서점에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알려줍니다. 물론 정가보다 훨씬 싼 가격입니다. 


새 책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담긴 헌책을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고, 그 책과 함께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가 하나 둘 생겨났습니다. 


보수동 흑백사진관, 낭독서점, 켈리 그래피 등 예술과 책이,  책과 이야기가 있는 책방골목으로 점점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책방골목


 


보수동 책방골목  중심에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이 있습니다.


문화관에는 책방골목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총 8층으로 되어 있는 문화관에는 역사관과 작은 도서관 등이 있어서 책방골목을 찾는 이들이 책방골목의 역사를 이해하며 지친 걸음을 멈춰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수동책방골목문화관 


 


보수동 책방골목 입구에 얼마 전에 브라운 핸즈 커피점이 생겼습니다. 


50여 년이 넘은 주택을 커피점으로 개업을 하면서 책방골목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물론 책을 사기 위해 보수동 책방골목을 찾는 건 아니지만,카페를 찾아왔던 사람들이 책방골목을 지나가고 잠시라도 책방골목에서 머물기 시작한다면 책방골목이 부산만의 책방골목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책방골목, 아시아의 책방골목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책방골목 계단 중간 지점에 open한 카페 보수동 브론핸즈


 


책은 살아야 한다고 보수동 책방골목 축제를 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피란민들의 생활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 당시의 보수동 책방골목이 지금까지 이어져 나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보수동 책방골목과 책 잇는 마을 네트워크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습니다. 


이렇게 함께 힘을 내서, 모두 힘을 모아 보수동 책방골목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의 시간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