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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운동 들불과 '괴물'이 된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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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8-03-26 조회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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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 Too) 운동 들불과 '괴물'이 된 어른들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 몇 년 뒤, 어느 출판사 망년회에서/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중략>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계간지인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린 시의 일부분이다. 최영미 시인의 '괴물'이라는 시다. 이 시가 ‘미투(#MeToo)운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시에 등장하는 En선생은 한 때 노벨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고은 시인을 가리킨다. 미국 할리우드 발(發) 미투운동이 태풍이 돼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미투/SARAH ROGERS



 미투 운동의 도화선이 된 사건은 2017년 10월에 일어난 ‘하비 와인스틴(Harvey Weinstein)’ 성범죄다. 그는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로, 보도에 따르면 30여 년 전부터 배우, 모델, 영화사 직원을 가리지 않고 성희롱과 성추행을 자행했다고 한다. 이를 시작으로 재개 및 정계, 그리고 세계 전역으로 미투운동이 확산됐다. 2018년 1월7일 제 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많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뜻을 밝히고자 검은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여검사의 폭로가 미투의 불길을 당겼다. 올해 초,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한 것이 ‘한국판 미투’의 시작이었다. 서 검사의 ‘나는 소망합니다’는 글을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미투 운동은 들불로 번져나갔다. 법조계는 물론 문화계 연예계 정계까지, 우리사회 전반을 아우르며 노벨상 후보는 물론 차기 유력 대권 주자까지 집어 삼켰다. 미투에 민낯을 드러낸 유명인사들을 살펴보자.


                      미투운동에 연류된 주요 인사들(사진 왼쪽 첫 번째부터 시계방향으로 고은 이윤택 박재동 김기덕 안희정 안태근 故조민기 조재현).



 시인 고은(85), 연극계 황제노릇을 했던 이윤택(66), 시사만화가 박재동(66), 영화감독 김기덕(58), 영화배우 고 조민기(53) 조재현(53),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53), 검사장 안태근(52) 등등. 이들 모두는 최소 베이비부머 이상~노년층이다. 한마디로 각 분야에서 ‘어른’ 대접을 받는 인사들이다. 특히 문화 예술계에 만연한 성추행 및 성폭력은 자고 나면 새로운 인사가 등장할 정도로 가차 없이 폭로되고 있는 중이다. 어둠 속에 쌓여 있던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성문화와 낙후한 남녀 관계가 갈수록 밝아지고 있는 빛에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투는 한편에서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키며 피해자들에게 2, 3차의 피해를 가하기도 한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진영 논리’나 ‘기획설’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투로 폭로된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 보다 엄격한 공론화, 검증을 통해 어떤 억울한 피해자도 없이 가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미투운동을 지지한다는 원로배우 이순재(83)는 이렇게 말했다. “혹시 나는 그런 경우가 없었나 하는 생각을 해봐요. 조심해야 해요. 상대방을 인격체로 생각해야지, 무슨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제자다, 수하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예요.” “이번이 우리 전체가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처럼 미투는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들이 스스로 자신은 그러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른 이들을 더욱 존중하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淸廉)이란 목민관의 본무(本務)다’, ‘청렴은 만 가지 착함의 원천이고 모든 덕(德)의 뿌리다(廉者 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며 청렴이 아니고는 공직자는 설 자리가 없다는 가르침이다. 그는 영암군수에게 내려준 글에서도 청렴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군수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 선정(善政)을 베풀 수 있으려면 여섯 글자의 염(廉)을 실천에 옮기라고 했다. 최소한 세 글자의 염을 제대로 지키면 훌륭한 목민관이 보장된다는 뜻이었다. “한 글자의 염은 재물에, 또 한 글자의 염은 색(色)에, 또 한 글자의 염은 직위에 사용하라(其一施於財 以其一施於色 又以其一施於職位).” 처첩을 허용하는 오롯이 남성중심의 조선시대에도 여색(女色)에 청렴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곧 목민관을 뽑는 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모르긴 해도 주자들 절반 이상은 소위 어르신들이리라. 어느 후보가 ‘以其一施於色’을 잘 지킬 것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을 하는 순간 우리 스스로도 다시 한번 돌아보는 미투운동의 정신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편도욱 조희제 박모경기자  solrip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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